임금명세서 의무화 1년 됐지만... 지난달에만 사업장 2000곳이 어겼다

입력
2022.10.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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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임금명세서를 처음 받아봤다. 11월부터 사업장의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제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센터의 '준법정신'은 몇 달 가지 않았다. 회사는 올해 들어 다시 임금명세서 지급을 중단했고, 이달 중순 지급을 요청한 김씨가 들은 대답은 "담당 직원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김씨는 "월급 인상분과 추가근무 급여를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 명세서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월급을 입금한 내역도 들쭉날쭉이라 퇴직금을 제대로 정산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 제도가 시작된 지 약 1년이 지나는 동안 7,000건에 달하는 시정 지시 및 과태료 부과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월 동안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를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총 6,831건에 달했다. 특히 근로감독이 많았던 지난달엔 총 2,090곳의 사업장이 적발됐고, 이 중 1,300여 곳은 아직 문제를 시정 중이다.

시정 지시에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업장은 13곳이었다. 올해 2월 경남 의령군의 한 사업장을 시작으로 지난달 7일 경기 안양시의 한 교육 시설까지 적게는 15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법에는 과태료 상한선이 500만 원으로 설정돼 있지만, 고용부는 노동자 1인당 30만 원 수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태료 부과 사업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 8곳, 5~49인 사업장이 5곳이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이 법 위반 건수도 많고, 시정 지시를 따르지 않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 위반 관련 제보는 50인 미만 사업장이거나 고용 형태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았다. 올해 3월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정규직(43.5%), 5인 미만 사업장(57.2%), 월 급여 150만 원 미만(55.8%) 노동자들이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진 의원은 "최초 적발 시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과태료의 수준이 너무 낮아 사업주들이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임금명세서 의무화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인 만큼 반복 위반하는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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