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어 한국도 11월 USB-C 타입 국가 표준으로...'라이트닝' 애플은 바뀌나

입력
2022.10.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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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술표준원, USB-C 타입 국가표준 제정
국제표준 3종 우선 적용 후 순차 추진
독자 기술 쓰는 애플 정책 전환에 관심


제조사마다, 제품별로 제각각이었던 전자제품 충전 단자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USB-C' 타입으로 통일, 국가표준(KS)으로 지정된다. 유럽연합(EU) 등 세계적으로 USB-C 타입을 표준으로 지정하는 추세에 발맞추는 것인데, 자체 개발한 '라이트닝(8핀) 충전 단자'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상당수의 국내 소비자들은 애플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전자제품의 커넥터 형상, 전원 공급과 데이터 전송을 USB-C 타입으로 통합·호환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표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정부는 8월 10일부터 두 달간 표준안을 예고 고시했고, 이 안은 이달 18일 기술심의회를 통과했다. 11월 초 표준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빠르면 다음 달 국가표준으로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에선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 소형 전자제품에서 접속 단자와 통신 방식이 제각기 달라 비용뿐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까지 제기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EU도 2024년 말부터 USB-C로 통일


이런 상황에서 EU집행위원회는 전자 폐기물 감소, 국민 편의 증진 등을 목적으로 USB-C 타입 충전기 표준화 법안을 EU 의회 및 이사회에 제출했고, 최근 EU의회에서 가결됐다. 조만간 EU 이사회가 승인할 전망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EU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디지털카메라 등 총 12개 종류의 기기에 대해 2024년 말까지 USB-C 충전 단자가 담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유럽 지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품에 USB-C타입을 적용하고 이후 적용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국표원은 지난해부터 업계와 정책 간담회를 열고 USB-C 국가 표준 제정 필요성 등을 논의하며 'USB-C 표준기술연구회'를 꾸렸다. 연구회는 USB-C 관련 IEC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국가표준안을 만들고, USB-C의 국내 적용 가이드라인 발간을 추진 중이다. 국표원은 또 USB-C 타입의 기술 특성을 고려해 관련 국제표준 13개 종류 중 세 가지를 올해 국가 표준으로 제정하고, 나머지 10가지 종류도 이후 순차적으로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11월 말에는 국내 제조사, 수출기업, 수입자, 소비자 대상으로 KS 국가표준 3종 소개, 'USB-C 표준의 국내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버전 1.0)' 발간과 홍보자료 소개를 위한 '전원 데이터·접속(USB-C) 표준 기업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USB-C 타입이 확산하면서 애플의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라이트닝 충전 단자를 고집하다 최근 2015년 일부 노트북 제품, 2018년 아이패드 프로 등 일부 제품군에 USB-C를 적용했지만, 지속적으로 USB-C 타입 채택 움직임에 반발해왔다. 일부에선 애플이 충전 단자를 없애고 무선 충전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 애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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