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핵실험 앞에서 멈칫하던 북한의 유일한 걸림돌은 '혈맹' 중국이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기간 차마 핵 버튼을 누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집권연장을 추인하며 22일 당대회 축제가 끝나면서 북한은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는 상황이 됐다.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고강도 도발 위협에 맞서 한미 양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유효할지도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은 중국 당대회 직전인 14일까지 20일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쏘아댔다. 이후 동서해 완충구역에 수백 발의 포사격을 퍼부으며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다가 이마저도 19일을 마지막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중국이 당대회를 마친 만큼 북한의 도발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10월 16일부터 11월 7일 사이"라고 예상했다. 내달 8일 미국 중간선거에 앞서 향후 보름간 핵실험 위협을 각별히 주시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북한이 이 기간 핵 버튼을 누른다면 선거준비가 한창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주목도가 높아져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북 전문가들도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점에 동의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7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 특별한 동향이 없으며, 4번 갱도 진입로 공사는 중단된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모두 마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현재 한반도 등 역내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더욱 현실화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 당대회 폐막으로 북한이 핵 실험과 관련해 훨씬 더 자유로운 입장이 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출신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전술핵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보유한 북한의 야심 찬 핵무기 프로그램의 요건을 충족시키려면 여러 차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며 연쇄 핵실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미는 북핵·미사일 도발에 맞선 강력한 억제력을 강조하고 있다. 방미 중인 김승겸 합참의장은 21일 미국의 ‘핵 3축체계’를 운용하는 전력사령부를 방문해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과 공조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합참은 “리처드 사령관이 전략사령부의 대비태세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핵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유사시 미국의 모든 확장억제 능력을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최근 괌에 배치된 B-1B 랜서 전락폭격기가 우선 꼽힌다. B-1B가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공군연습인 ‘2022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비질런트 에이스)’에 참가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B-1B 괌 전개가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잠재적 도발을 막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