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가 '뒷배'니까... 미얀마 군부의 막무가내 행보

입력
2022.10.21 17:50
일본·영국·호주 국적 반체제인사 계속 구금
중국은 발전소 지원, 러시아는 무기 지원

'외교적 마이웨이'를 선택한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일본, 영국, 호주 국적의 반체제 인사 석방을 위한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군부의 '믿는 구석'이다. 최대한 버티면서 서방을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게 군부의 전략이다.

'미얀마 투자 1위' 일본 국적 다큐 제작자 징역 13년

군부의 외교 전략은 미얀마 투자 1위 국가인 일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군부는 쿠데타 발발 초기였던 지난해 4월 프리랜서 기자 기타즈미 유키를 체포했다. 기타즈미 기자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반쿠데타 시위 현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일본 정부는 기타즈미 기자 석방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주미얀마 일본 대사관을 통해 외교적 교섭을 하는 동시에 사사카와 요헤이 미얀마-일본재단 회장이 군부를 찾아가 석방을 요구했다. 내전 이전이었던 당시 군부는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해 한달 만에 기타즈미 기자를 석방했다.

올해 7월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구보타 도루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여전히 교도소에 갇혀 있다. 일본 정부가 구보타의 석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군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보타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교섭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21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군부 산하 법원은 최근 선동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구보타에게 두 차례에 걸쳐 총 13년의 형을 선고했다.


호주 경제학자·전 영국대사도 교도소 신세

군부는 쿠데타 이전 문민정부의 후원국이었던 호주와 영국 출신 반체제 인사들도 가둬두고 있다. 대표적 인물은 문민정부 경제고문을 역임한 호주의 경제학자 숀 터넬 교수다. 그는 쿠데타 발발 일주일 뒤 외국인 최초로 체포돼 현재까지 수감돼 있다. 공직기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지난달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전 주미얀마 영국 대사였던 비키 보먼은 올해 8월 체류 미신고 혐의 등을 받아 체포됐다. 미얀마인 남편과 함께 반군부 세력을 지원한 것이 표적이 됐다. 영국 또한 보먼 전 대사 석방을 위해 나섰지만 소득이 없다. 군부는 올해 7월 피터 보울스 주미얀마 영국대사를 강제 추방한 뒤 협상의 문을 닫아 걸었다.



中·러시아 의존도 심화, 미얀마 사태 장기화되나

군부의 막무가내 행보를 뒷받침하는 건 중국과 러시아의 든든한 지원이다. 중국은 최근 미얀마 라카인주(州)에 가스화력발전소를 준공했으며, 발전소 6개를 더 지어줄 계획이다. 군부는 최근 중국산 전투기 FTC-2000G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러시아와 군부도 밀착하고 있다. 군부는 러시아제 무기를 벨라루스를 통해 대량 구매해 반군 소탕 작전에 투입하기로 했다. 비료와 원유 구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로 지급하기로 했고, 러시아 기술에 기반한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지 않는 한 미얀마의 비극은 절대 끝날 수 없다"며 "유엔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하루라도 빨리 의견을 통일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