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룩 선서'에 '노룩 보고'...아수라장 된 법사위 국감장 [사진잇슈]

입력
2022.10.20 19:00
민주당 피켓 들고 항의... 국민의힘 고성으로 응수



20일 오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전날 검찰의 더불어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뿔난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국감을 보이콧한 가운데, 오후 3시경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여당 단독으로 개회를 하려 하면서다.

피감기관장인 이원석 검찰총장이 선서를 하는 동안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보복수사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위원장석을 포위한 뒤 거세게 항의했다. 김 위원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회의 진행 협조를 당부하는 발언을 이어 갔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구호에 가까운 고성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도 질세라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비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정당한 법 집행에 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개회를 선언한 김 위원장은 이 총장에게 증인선서를 지시했다. 이 총장이 발언대에 서서 손을 들고 선서문을 낭독하는 동안 이 총장과 김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들고 있는 피켓이 시야를 병풍처럼 가리는 바람에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총장은 '노룩 증인선서'라는 난감한 상황에서도 태연한 표정으로 당황스러움을 애써 감췄다.




선서를 마친 후에도 난감한 상황은 이어졌다. 이 총장이 김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려 했지만 두 차례나 야당 의원의 벽에 막혀 돌아서야 했다. 결국 국회 경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의원들의 어깨 틈새로 선서문을 전달했다. 노룩 증인선서에 이은 '노룩 선서문 전달'이었다.

이어진 이 총장의 업무보고 또한 '노룩 업무보고'가 되고 말았고, 결국 고성과 항의에 섞여 어수선하게 마무리되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만으로 질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에 따라 회의 진행이 어렵게 되자 개회 40여 분 만에 감사중지를 선언했다.


김도읍 위원장은 “이쯤 되면 검찰총장이 나와 있는 국감장에서 할 말이 누구보다 많은 쪽이 민주당일 것 같은데, 민주당 의원들이 국감을 보이콧하고 있으니 황당하고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앞서 오전 10시로 예정된 국감에 참여하지 않은 채 법사위 회의장 밖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국감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사 압수수색 중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 이원석 검찰총장 사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에 대한 문책 등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감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