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성분 '환각 버섯' 재배한 10대 첫 적발

입력
2022.10.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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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사체 배양해 재배...캡슐로 가공
LSD와 같은 환각 효과에 가격은 저렴 
마약 만연한 해외선 '청소년 입문 마약'

집에서 마약 성분이 있는, 이른바 ‘환각 버섯’을 재배해 캡슐 형태로 가공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환각 버섯은 해외에서 흔히 청소년들이 마약을 처음 접할 때 가볍게 투약하는 ‘스타팅 약물’이다. 마약이 국내 청소년층에도 침투했다는 통계는 이미 나왔지만, 이들이 각종 마약을 유통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스타팅 마약' 환각 버섯 기른 10대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충북경찰청은 지난달 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충북 음성군에 사는 A(18)군을 체포했다. 나흘 전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B(25)씨도 검거됐다. 경찰이 두 사람 자택에서 압수한 배양 배지와 캡슐에선 마약류 관리법상 향정신성 의약품에 해당하는 ‘사일로신(실로시빈)’이 검출됐다.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버섯 포자를 길러 말린 뒤 캡슐로 만들어 판매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일로신은 LSD와 비슷한 환각 효과를 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GHB(물뽕)처럼 소변으로 배출돼 검출되지 않는다.

10대 청소년이 환각 버섯을 재배ㆍ유통한 범죄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그만큼 청소년 사이에 마약이 만연해 있다는 증거다. 최근 5년간 적발된 10대 마약 사범은 2018년 104명에서 지난해 309명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 추세다. 환각 버섯은 필로폰 등 다른 마약에 비해 제조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 미국 등에선 청소년들이 ‘용돈 벌이’ 수단으로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국제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환각 버섯 자체는 중독성이 없고 위험성도 덜하지만, 다른 마약 투약과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외 수입 가능성... 규제는 전무

경찰은 A군 등이 버섯 포자를 구입한 경로와 공범 및 유통책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국내에 환각 성분 버섯은 존재하지만 마약 활용 사례는 드물어 해외에서 들여왔을 가능성이 있다. 석순자 단국대 미생물학과 초빙교수는 “한국산 버섯은 다 자라도 새끼 손톱 크기 갓을 만드는 데 그쳐 마약으로 가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일로신을 함유한 국내 서식 버섯은 갈황색미치광이버섯, 청환각버섯, 좀환각버섯 등이 있는데 전부 크기가 작다.

포자만 구하면 재배도 까다롭지 않다. 문제는 해외직구를 규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규제 대상인 대마 종자와 달리 버섯 포자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때문에 2020년 마약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환각 버섯 포자 등을 주문해 수령한 44세 남성이 적발되고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포자, 씨앗까지 규제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져 따로 마약류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 사이트에선 환각 버섯 재배 키트를 3만~10만 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 각종 커뮤니티에도 ‘마법의 버섯 팝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다수 게재된 상태다. 충북청 관계자는 “환각 버섯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세부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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