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분식회계로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올해 기관투자자들이 제기한 회사채·기업어음(CP) 소송에서 줄패소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760억 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부장 문성관)는 하나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우조선해양은 하나은행에 14억6,000만 원을 지급하고, 이 중 6억2,500만 원은 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과 공동으로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하나은행이 청구한 금액(20억 원)의 70%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2014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부풀리며 분식회계를 했다. 하나은행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만기 5년짜리 CP 90억 원어치를 취득했다. 대우조선해양 CP가 편입된 펀드상품의 수탁사가 하나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수탁사는 펀드에 들어온 자산을 보관하고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역할을 한다. CP는 기업이 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이다. CP는 회사채보다 발행절차가 간소하고 만기가 짧다.
관련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하나은행은 수탁사로서 대우조선해양과 적정의견 재무제표를 작성한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우조선해양이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어음 취득과 분식회계 및 회계법인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주식투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에 이어 기관투자자들이 제기한 회사채 및 CP 손해배상 소송에서 줄패소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교보생명이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구액의 70% 정도인 48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과 고재호 전 대표, 김갑중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국민연금에 각각 322억 원과 135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정사업본부를 운영하는 정부도 지난 1월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이 민간금융사와 기관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배상금은 760억 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