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는 보안시설입니다. (사진 찍는) 방향 좀 돌려주세요.”
“네? 누구세요? 왜 사진 찍는 걸 막아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공원 전망대에 있는 한 ‘포토존’. 시민들이 서울 시내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검은색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경호원들이 다가와 제지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남산 정상길 중턱에 위치해 사진 명소로 잘 알려진 이곳에서 촬영을 제한하는 이유는 뭘까. 남산공원 포토존 4곳 가운데 남측 지점 1곳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곧 옮겨갈 한남동 관저가 보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올해 8월 경계ㆍ경호 작전 수행을 위해 관저 일대 13만6603.8㎡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관저 일대 통제가 강화되면서 울타리 관저 안을 촬영하거나 묘사, 녹취, 측량하는 행위가 금지된 것이다.
경호원들은 시민들이 카메라 방향을 관저 쪽으로 돌리거나 확대 기능을 쓰려고 하면 어김없이 막았고 그때마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평소 남산을 자주 찾는다는 정모(36)씨는 “편하게 산책하러 온 시민을 대놓고 감시하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경호원들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 위축된다” “관저 위치가 다 노출됐고, 포토존에서 육안으로도 잘 보이는데 굳이 사진 촬영까지 막는 건 지나친 처사 아니냐” 등 불만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관저 촬영을 제한한다”는 경호원 설명을 수긍하는 시민도 더러 있었다. 김모(67)씨는 “윤 대통령이 살 곳이니 어느 정도의 보안 조치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옹호했다.
대통령경호처는 관저 촬영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서울시에 관련 안내판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안내 문구를 비롯해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르면 내주쯤 설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청와대 시절에도 대통령 관련 시설은 촬영이 금지됐다. 당시 북악산 탐방로나 청와대 담벼락에서 내부를 확대해 찍는 행위는 불허됐다. 5월 청와대 전면 개방 뒤 관람코스 내에서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지만, 드론 등 항공 촬영은 지금도 군 당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경호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2명의 경호인력을 남산 포토존에 배치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