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못 갚을 정도로 회사 사정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2년 차 회복된 수요를 바탕으로 몸집을 늘린 기업도 많았지만, 여전히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곳이 적지 않아 기업 간 양극화는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1년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연간 증가율이 가장 높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정제(49.3%), 화학업(28.1%) 등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 연간 총자산증가율도 12.7%로 역대 가장 높았다. 한은은 국세청에 법인세를 신고한 비금융기업 85만8,566곳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6%로 전년(4.2%)보다 개선됐다.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6.5%)도 전년(3.9%)보다 높아지며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기업도 여전히 많았다.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44만5,456곳)의 40.5%로 역대 최고치를 썼던 전년(40.9%·조사 대상 42만625곳)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회사가 번 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할 만큼 재무 상태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재무상태가 특히 나빴다. 지난해 대기업은 부채비율(99.3%)이 전년(97.3%)보다 상승했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24.5%에서 23.9%로 하락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169.2%, 41.2%로 모두 1년 전보다 상승했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좋아졌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며 "정보통신, 부동산업을 비롯해 영업이익이 안 좋았던 조선업종도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