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외제차 몰면서 양육비는 나 몰라라... '나쁜 부모' 첫 형사고소

입력
2022.10.19 15:49
감치명령에도 양육비 미지급한 부모 고소
"제재 무시하는 나쁜 부모 엄정 수사해야"

이혼 뒤 자녀를 혼자 키우는 부모들이 오랜 기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전 배우자들을 첫 형사고소했다. 지난해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 후 처음이다.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양육비 지급을 회피한 전 배우자 2명을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고소장을 제출한 A씨는 각각 17세, 18세 자녀 2명을 13년째 혼자 양육하면서 전 남편에게서 양육비 1억2,0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전 남편은 지난해 8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 시행 후 처음으로 법원의 감치명령(재판부가 직권으로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조치)에 따라 신상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밀린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

A씨는 “감치 판결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어도 양육비 채무자는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는 B씨 또한 이혼한 전 부인에게서 월 양육비 100만 원을 2018년부터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양해연은 B씨의 전 부인이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며 고급 외제차인 BMW를 타면서도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부인은 위장 전입으로 실제 거주지를 숨기고 월급도 현금으로 받는 등 재산을 감춰 감치 소송을 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강제했다.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으로 신상공개와 출국금지 등의 처분을 받은 사례는 있었으나 형사 처벌된 적은 없다. 이번 고소가 법적 단죄로 이어질 경우 첫 사례가 된다.

1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 현황’을 보면, 최근 1년 사이 출국금지, 실명 공개, 운전면허 정지 등 제재조치 처분을 받은 건수는 178건에 불과하다. 제재도 적은데 이 중 전액 또는 일부 금액이 지급 이행된 건수는 고작 14건(7.9%)뿐이다. 양해연 관계자는 “각종 제재조치에도 미지급 양육비가 이행되지 않아 형사고소에 이르렀다”며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해 형사 처벌이 실효적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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