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옥천으로, 치료는 대전으로"... 이사 딜레마에 빠지는 자폐 아동

입력
2022.10.23 07:00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④
충북 옥천의 자폐아동 엄마 이선지씨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학교 보내려고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사를 왔는데... 치료 다니려면 다시 대전을 오가야 해요."

발달장애인 가족은 전국 뿔뿔이 흩어진 교육・치료 인프라를 찾아 이사를 다녀야 한다. (관련기사: 특수학교 찾아 빚지고 이사...특수학급 요구엔 "딴 학교 가라"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409060001371)

충북 옥천에서 10세 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이선지(가명)씨 가족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대전의 큰 학교를 떠나 소규모 교육이 가능한 옥천으로 이사했으나, 치료 센터를 찾아 또 대전을 오가고 있다. 교육・치료 인프라가 모두 잘 갖춰진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지만 충분한 정보를 얻을 경로가 없는 이씨는 홀로 고민을 거듭할 뿐이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옥천에 발달장애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그렇죠. 농어촌 지역은 시설이 많지 않거든요. 아이가 언어・인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센터가 대전에 있어서 대전까지 나가야 해요. 옥천에 없는 건 아니지만 인원 수 감당이 안 돼서 오래 대기해야 하거든요. 저는 자차를 쓰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지만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부모들 얘기를 들어보면 오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거리도 거리인데, 발달장애 아동은 돌발행동 가능성까지 있으니까요. 아이가 혼잣말을 많이 하거나 상동행동을 보이면 주변에서 쳐다보기도 하고 '조용히 시켜라'라고 나무라는 분들도 있다더라고요. 그런 시선들이 항상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들어요."

-자차를 이용하면 센터까지 대략 얼마나 걸리나요?

"차로도 25~30분 걸리죠. 저는 그나마 읍에 사는데 면 단위로 들어가면 더 걸리고요."

-아이와 어머님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평소에 밖을 많이 돌아다녀도 시선은 항상 느껴요. 아이가 물을 좋아해서 수영장을 갈 때가 있는데 과하게 행동하면 다들 쳐다보시죠. 우리 아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피해 다녀야 하고요. 그래서 인파가 모이는 주말에는 수영장을 안 가요. 일일이 설명드리는 것도 힘들고 시선도 부담스러워서요. 놀려면 풀빌라를 잡아서 저희끼리 놀아야 하는 거죠."

(관련기사: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카페나 캠핑장이 있었으면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409070000571)

-수영 외에도 발달장애인이라서 제약이 생긴 일이 또 있었나요?

"우리 아이가 음악도 좋아해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어도 1대 1로 받아주는 곳이 없어요. 처음에는 호의적인 태도로 '괜찮으니 데리고 오세요' 하던 선생님들도, 발달장애 중에도 자폐성 장애가 있다고 하면 수업이 어려울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거부하시거든요. 그룹 활동은 당연히 못 하고요. 어렵사리 1대 1 수업을 받게 돼도 비용을 더 내고 시간은 더 적게, 그것조차 감사해하면서 받아야 한다는 게... '이게 뭐지' 싶을 때가 있죠."

-아이가 집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겠어요.

"아이들은 몸으로 자꾸 익히면 잊어버리지 않아요. 그러다보면 많이 나아지기도 해요. 그런데 아이가 교육될 때까지 사회가 기다려주지 않죠. 오히려 안 좋은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크니까 사회로부터 소외되잖아요. 그래서 점점 더 교육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놀이기구 탈 때는 줄을 서야 하고, 공공장소에서 뛰면 안 되고, 이거 다 현장에서 경험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연습할 상황 자체가 허락되지 않으니 답답해요."

-학교는 특수학교로 다니고 있나요?

"일반학교 통합교실을 다니고는 있는데 이곳은 학교가 작아서 소그룹 통합 교육이 가능한 여건이에요. 작은 규모의 학교를 다닐 때 돌발행동 가능성이 덜하기도 하고요.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사 온 이유죠. 대전의 큰 학교에서는 (아이가 혼자 등교가 어려워서 특수교사가 집으로 찾아오는 교육을 했는데) 1대 1 개별 교육이 전혀 안 된다더라고요. 특수교사 순회교육(특수교육 교원이 직접 방문해 실시하는 교육)도 한 달까지만 가능하고 나머지는 아이가 찾아와야(특수학급으로 등교해야) 한다고 하고요. 아이가 알아서 선생님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면 우리가 고민도 안 할 텐데....전문가라고 해도 아이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옥천에서는 큰 학교가 아니라서 주변 자극이 덜해서 등교가 가능해요. 그래서 전문가라고 맡겨두는 것보다는 소규모로나마 아이를 전담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낫겠구나, 싶더라고요. 근데 이게 딜레마인 거예요. 교육을 위해서 옥천으로 왔더니 정작 센터 이용은 또 힘들어진다는 게."

-앞으로도 옥천에서 지내실 예정인가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고려해야 할 여건이 또 달라져요. 지금이야 외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그룹에 있으니 좋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소그룹을 기대할 수 없거든요. 그러면 일반학교를 갈지 특수학교를 갈지 고민이 많아지죠."

-발달장애 아동의 진학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가 보네요.

"선례가 많지 않고 알려진 정보도 적어요. 비장애 아동 부모들도 정보력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장애 아동은 부모가 모르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또 우리나라는 복지 제도 대부분이 신청주의잖아요. 제가 제도를 직접 알아봐서 신청하면 담당자들이 그제야 '어머니, 정말 이런 제도가 있네요' 할 때도 있어요. 어디에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싶고, 부모들 간 교류도 하던 사람들 위주로 이뤄지니까 진입도 어렵고. 먹고살기도 힘든데 새 정보 얻자고 커뮤니티 활동에 몰두하기도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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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