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엔터, 콘셉추얼 솔로의 성지 될까

입력
2022.10.23 08:48
오마이걸 유아→이채연, 콘셉추얼 행보로 존재감 각인
트렌드 답습 대신 아이덴티티...가요 시장 속 WM의 색깔 구축할까

최근 그룹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이 솔로 데뷔에 나섰다. 그룹 활동 종료 이후 약 1년 6개월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 홀로서기를 알린 그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데뷔 앨범으로 빠르게 '솔로 이채연'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고성에 갇힌 뱀파이어가 잠에서 깨어나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딜 때 느낄 짜릿한 전율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채연의 데뷔앨범 '허시 러시'는 '324살의 MZ 뱀파이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이목을 모았다. 앨범 전반에 묻어있는 콘셉추얼한 무드는데뷔 무대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이채연은 키치하고 발랄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데뷔곡으로 아이즈원 활동 당시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확실하게 발산 중이다.

걸그룹 활동 당시 보여준 모습의 연장선을 예상했던 이들에게 이채연의 행보는 꽤나 신선한 선택이다. 콘셉추얼한 음악과 무대로 자신만의 색깔을 알리는데 집중한 이채연은 언뜻 그의 소속사 선배인 오마이걸 유아의 솔로 활동 당시를 떠오르게 만든다.

지난 2020년 9월 첫 솔로 앨범 '본 보야지(Bon Voyage)'를 발매했던 유아는 타이틀 곡 '숲의 아이'로 활동을 선보인바 있다. 당시 유아는 '숲에 살고 있는 아이'를 콘셉트로 독특한 무드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청량함과 판타지적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지는 가사, 보컬, 안무는 아이돌 중심의 K팝 시장에 차별화된 음악색을 선보이는 계기가 됐다. 가요계의 트렌드를 좇는 대신 유아의 매력과 강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콘셉트를 선택한 것이 결국 그의 솔로 활동에 있어서는 '한 수'가 된 셈이었다.

소속사 후배인 이채연의 신선한 행보 역시 같은 의도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K팝 시장, 특히 최근 더욱 가열차진 여성 솔로 경쟁 속에서 극대화된 콘셉추얼함, 자신의 강점을 살린 퍼포먼스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이는 곧 이채연과 유아의 소속사인 WM엔터테인먼트(이하 WM엔터)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그간 B1A4·오마이걸·온앤오프 등을 배출해온 WM엔터는 차분하면서도 개성있는 팀과 퀄리티 높은 노래들로 중소기획사들 사이에서 꾸준한 성과를 이어왔다. 하지만 세 그룹이 일정 연차에 도달한 지금, WM엔터 역시 소속사만의 색깔을 키워나갈 시점을 맞이했다. 물론 하나의 콘셉트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성을 이어온 것이 WM엔터의 장점 중 하나인 만큼, 고착화 될 필요는 없지만 날로 확대되는 K팝 시장에서 소속사의 정체성을 정립할 필요는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유아와 이채연이 보여준 콘셉추얼한 솔로 활동의 성공 가능성은 분명 주목할 만한 요소다. 과연 WM엔터가 '콘셉추얼 솔로'의 명맥을 제대로 이어나가 자신들의 무기로 만들어 낼지 기대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게 된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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