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행주를 삶아쓴다고? 요즘 행주 ‘크리넥스 위생행주’로 교체하세요.”
지난달 유한킴벌리의 생활용품 브랜드 크리넥스는 ‘1일 1행주 챌린지’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집에서 쓰고 있는 행주나, 행주 대용 키친타월·물티슈의 사진을 찍어 인증하면 1,000명을 뽑아 '위생행주'를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크리넥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이벤트 설명에는 ‘행주를 버리는 컷을 촬영해도 좋습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해당 이벤트는 환경오염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회용 행주 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물론, 단 하루 만에 버리도록 유도하면서 폐기물 문제를 방관한다는 지적이다.
'위생행주'는 다회용과 일회용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제품이다. 사용 후 물로 세척해 여러 번 다시 쓸 수 있지만 얇은 부직포로 만들어져 닳으면 버려야 한다. 제조사들은 기존 행주의 경우 위생 관리를 위해 자주 빨고 삶아야 하지만, '위생행주'는 몇 차례 쓰고 간편하게 버리면 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문제는 '위생행주'가 플라스틱 합성 제품이라 사실상 일회용 물티슈와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크리넥스 위생행주의 제품 고시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천연펄프와 폴리프로필렌(PP)이 섞인 합성 섬유다.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일반쓰레기로 폐기하더라도 각종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위생행주'를 매립할 경우 땅속에서 썩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 소각하더라도 석유 원료인 플라스틱이 연소되면서 온실가스와 각종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처리 과정에서 강·바다로 유실된다면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이 이벤트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직장인 권수정(29·가명)씨는 “일회용품을 덜 쓰려고 일부러 소창(면직물의 일종) 행주를 사서 잘 쓰고 있는데 삶아쓰는 걸 귀찮거나 낡은 방식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며 “매일 새 행주를 쓰라는 건 결국 매일 쓰레기를 버리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크리넥스의 SNS에도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없냐’는 등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행주를 매번 삶아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를 보완하는 것으로 챌린지 역시 주방 위생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진행했다"며 "제품의 환경성을 높일수 있도록 PP소재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전환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코로나19 이후 위생을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을 장려하면서 환경문제는 뒷전에 두는 ‘위생마케팅’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홍보가 계속 용인된다면 일회용품 사용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지배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