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고, 곰팡이 피고... 지난해 LH 공공아파트 하자 25만 건

입력
2022.10.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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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불량, 건축물, 배관 누수 순
LH, 소송 패소로 지급한 판결금 372억
"건설 단가 상향, 철저한 하자 관리 필요"

"올해 8월에도 어김없이 폭우로 천장에 비가 샜어요. 옥상, 외벽에 균열이 나서 비가 새는 거예요. 결국 남편, 190일 된 아기와 함께 각자 본가로 흩어져 살고 있어요."

경기 구리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에 5년째 살고 있는 김모씨는 누수로 벌써 8번이나 하자 보수를 받았지만 이번 여름에도 하자 보수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폭우가 이어지면서 작은 방과 거실 외벽에 물이 샜다. 김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려 "긴급 보수는커녕 피해자가 된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공공주택에 사는 A씨도 이번 장마로 집 천장에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었다. A씨는 "천장 벽지에 물이 배고, 구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곰팡이가 번졌다"고 토로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가 공급한 공공 아파트 4만4,143가구에서 입주 후 1년 이내에 25만4,468건의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 하자가 812건, 일반 하자가 25만3,656건이다.

입주민의 안전과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중대 하자의 경우, 조명기구 불량이 2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집 안에 있는 전등이 안 켜지거나 현관문 센서가 오작동한 경우다. 천장이나 배관, 건물에서 물이 새는 건축물 누수(211건)와 배관 누수(191건)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변기의 물이 내려가지 않거나 세면대에 금이 간 위생기구 불량도 27건으로 집계됐다.

중대 하자를 제외한 일반 하자로는 유리창 결로, 누수 등 창호 공사가 4만9,653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마루나 장판이 잘못 시공된 바닥 공사는 2만9,676건에 달했다. 벽지가 들떠 있는 등 도배 공사 하자는 2만6,663건이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행복주택이나 국민임대 등 장기임대가 중대 하자 812건 중 57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분양전환임대주택인 공공임대가 149건, 공공분양이 90건이었다. 일반 하자의 경우 공공분양 10만4,476건, 공공임대 8만317건, 장기임대 6만8,863건 순이었다. 가구당 평균적으로 6개의 하자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 LH가 하자 소송 패소로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지급한 판결금은 372억7,459만 원에 달했다. 특히 2020년에는 36건에 대한 판결금으로 538억514만 원을 지급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LH가 판결금을 지급한 사건은 129건, 총 1,752억9,191만 원에 달했다.

박 의원은 "공공주택에 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설 단가가 민간 아파트에 비해 낮고 건설업체에 하자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기 때문"이라며 "건설 단가 상향, 설계 및 시공 과정의 철저한 관리 등 대책을 마련해 공공주택 품질을 높이고, 입주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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