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이색 보온보냉 패션가방 개발, 소민경 포모드 대표

입력
2022.10.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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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생활의 불편함이 삶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된다. 소민경(27) 포모드 대표가 그런 경우다. 그는 유명 공기업 취업을 마다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해 말 1인 신생기업(스타트업) 포모드를 창업했다. 시작은 도시락이었다.



특허 출원한 보온보냉 패션 가방 개발

"직장인 가운데 부족한 아침 잠을 더 자거나 화장을 화다 보면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이 많아요. 여기에 체중 감량 등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건강식을 챙겨 먹죠. 그래서 바나나, 고구마 등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요." 소 대표도 1년 전 출퇴근하며 음식을 따로 챙겼다.

문제는 가방이었다. 음식을 핸드백이나 등에 지는 백팩에 그냥 넣으면 눌려서 뭉개지거나 물기가 생겨 다른 소지품을 젖게 만든다. "이런 게 싫어 따로 쇼팽백에 음식을 넣어서 가방을 2개씩 들고 다녔어요. 그런데 쇼핑백도 붐비는 지하철에서 부대끼거나 젖으면 망가져요."

도시락 가방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모양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주변 직장인들 중에 같은 이유로 도시락 가방 대신 쇼핑백을 들고 다닌 사람이 많았죠."

그때부터 소 대표는 해결 방법을 고민했다.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독특한 가방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먼저 불편한 것들을 적어 놓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살폈어요. 그리고 시장을 세분화해서 누구에게 팔지 대상을 결정했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기존에 없던 세계 최초의 보온보냉 기능을 지닌 패션 가방 '포모드'다. 그가 개발한 가방은 언뜻 보면 여성들이 흔히 어깨에 매는 일반 가방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가방을 돌려보면 한쪽 아래 부분에 작은 지퍼가 달려 있다. 지퍼를 열면 도시락을 넣을 수 있는 숨어 있던 보온보냉 칸이 나타난다. "여기에 얼음물을 넣으면 10시간 냉기를 유지해요. 삶은 계란의 온기는 3시간가량 이어지죠. 공간이 분리돼 일반 소지품과 음식을 따로 담을 수 있어 편하죠. 관련 디자인과 기능은 각각 특허 출원했어요."

도시락뿐만이 아니다. 땀에 젖은 운동복과 운동화, 비에 젖은 접이식 우산,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의 젖병, 야외에서 운동하고 나면 간절하게 생각나는 시원한 맥주, 화장품 등도 담을 수 있다. 보온보냉 칸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가방 내부의 단추를 풀면 가방 전체를 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보온보냉 칸을 해제하면 태블릿PC 등 커다란 물건을 담을 수 있어요."

짐 많은 보부상 겨냥해 8개월 연구

"요즘은 짐을 많이 갖고 다니는 사람을 보부상이라고 불러요. 포모드는 바로 직장인과 대학생, 육아맘 등 보부상을 겨냥한 가방이죠." 소 대표는 보부상들을 겨냥해 실용성과 패션을 모두 잃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이런 뜻을 살려 사명과 제품명도 ‘현대인을 위한'(for modern people)이라는 말을 축약해 포모드로 지었다.

하지만 한 번도 가방을 만들어 보지 않은 소 대표로서는 개발이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견본 제품이 나올 때까지 8개월 걸렸어요. 패션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아니어서 가방 제조에 대해 전혀 몰라 일일이 배우면서 개발했죠."

우선 가방을 배우고자 서울 홍익대 주변의 가죽 공방부터 찾아갔다. "3개월 동안 공방에서 가방 만드는 법, 가죽 시장 위치와 원자재 고르는 요령 등 기초부터 배웠어요."

당시 소 대표는 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공기업에 취업 연계 인턴으로 근무 중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가방을 배우고 만드는 것이 힘들어 지난해 12월 회사를 그만뒀다. "8개월 다녀서 정직원 전환을 앞두고 있었어요. 상사와 선배들이 왜 좋은 직장 놔두고 힘들게 사업하냐며 다들 말렸죠."

퇴사 후 그는 곧바로 창업을 하고 서울 신설동 가죽 시장을 돌아다니며 가방 소재를 찾았다. 디자인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아이패드로 가방을 디자인한 뒤 공방과 가죽 시장을 찾아가 문제점을 물어보고 수정했다.

그렇게 발품을 판 끝에 그는 보온보냉을 위한 토이론이라는 소재를 찾아냈다. "토이론은 두꺼울수록 보온보냉이 잘돼서 5㎜ 두께의 자재를 사용했어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토이론을 PVC로 감싸서 가방에 넣었죠. 가방 외부는 상처가 잘 나지 않는 인조 가죽을 사용했어요. 진짜 가죽을 쓰면 관리하기 어렵고 쉽게 냄새가 배거나 손상돼요."

생산을 맡긴 국내 공장에서 견본 제품이 나온 것은 8개월 만이었다. "견본 제품을 4개월가량 들고 다니며 사용해 보고 불편한 점을 고쳤어요."


와디즈 펀딩서 5주 만에 800여개 판매

마음에 드는 최종 완성품은 1년 만에 나왔다. 이를 토대로 그는 지난 2월 인터넷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일반인들에게 5주에 걸쳐 사전 판매를 했다. "첫 시험대였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억 원 이상 모집하기 힘든 점을 감안해 8,000만 원을 목표로 진행한 와디즈 펀딩이 1억4,000만 원을 기록했어요. 개당 16만9,000원에 팔았는데 848개 주문을 받았죠. 댓글을 보니 왜 이런 '신박한'(새롭고 놀라운) 아이디어 제품이 이제 나왔냐며 반응들이 너무 좋았어요."

다행히 그는 미리 500개를 제작해 놓았다. "그만큼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펀딩 끝나고 2주 만에 500개 배송을 완료했죠."

와디즈 펀딩이 성공하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서 여기저기 판매 제의가 들어 왔다. "카카오 스토어에서도 입점 제의가 들어왔는데 독점 판매를 요구해 거절했어요. 판매 수수료도 비쌌지만 카카오 스토어 안에서 다른 제품과 경쟁하려면 광고를 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요."

이후 소 대표는 지난 7월 자체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가방 판매를 시작했다. 여기까지 모든 과정을 1인 10역으로 혼자서 처리했다. "정가 27만 원이지만 판매 사이트에서 20만 원대에 할인 판매해요. 다른 가방은 이윤이 원가의 3.5배인데 그렇게 받으면 안 될 것 같아 이윤을 많이 낮췄어요. 덕분에 지금까지 총 1,400개 이상 팔렸어요."

일본 40개사에서 수출 상담 쇄도

소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가방을 개발했다. 주요 목표는 미국이다. "미국은 전날 먹은 음식을 다음 날 도시락으로 가져가는 직장인들이 많아요. 그리고 운동하며 음식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죠."

그런데 반응은 일본과 대만에서 먼저 왔다. "독특한 상품을 찾기 위해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우리의 와디즈 펀딩을 많이 봐요. 일본의 백화점 쇼핑몰 등 40개 이상 업체들이 와디즈 펀딩을 보고 연락을 해왔어요. 일본이 도시락 문화가 발달해서 잘 될 것이라고 본 거죠. 대만에서도 2개 업체에서 수출 제의가 왔어요."

이에 따라 소 대표는 일본 업체들과 수출 준비를 하고 있다. 소 대표는 일본 시장에 먼저 들어간 뒤 미국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을 먼저 진행한 뒤 백화점 입점 등을 고려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들어갈 지, 아마존이나 자체 쇼핑몰을 개설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제품 홍보 영상을 촬영하며 가능성을 봤다. "행인들이 가방을 보고 어디 제품이냐고 모델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미국 시장도 잘될 것으로 봐요."


항상 남과 다른 차별성을 고민

원래 소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사업을 꿈꿨다. "대학 때 미국 뉴욕 EF아카데미에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왔어요.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귀국 후 식당을 해보려고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수 있는 사진 촬영용 공간을 식당에 만드는 아이디어를 구상했죠. 그런데 식당은 회사 경영과 다르다는 생각에 접었어요."

이후 회사 생활도 경험하려고 서울의 공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경험하지 않으면 좋은지 나쁜지 모르잖아요. 회사 생활도 좋았지만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창업 전부터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세상에 없는 차별화된 제품이라 생각해 잘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해요. 저는 항상 차별성을 생각해요. 무엇이 다른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후속 제품으로 등에 메는 백팩도 개발 중이다. 백팩 역시 보온보냉 공간이 따로 있다. "올해 안에 백팩이 나올 예정입니다. 유튜브에서 기존 백팩의 사용기를 많이 찾아보고 불편한 점을 개선해 만들었죠."

앞으로 그의 목표는 포모드를 세계적 상표로 키워 일상 생활에 혁신을 일으키는 가방을 계속 내놓는 것이다.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해외에도 없는 제품을 개발해 유행을 만들고 싶어요.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능성 제품군업체로 성장해야죠. 가방으로 시작해 점점 더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시킬 생각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