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히잡 벗고 경기한 이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이른 귀국에 논란

입력
2022.10.18 15:00
BBC 등 "엘나즈 레카비, 갑자기 사라져... 이른 귀국"
신변 위협 우려 속 주한 이란대사관 "가짜 뉴스" 반박

이란의 '히잡 시위'가 정부의 탄압을 받는 가운데, 서울에서 히잡을 벗고 경기한 이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가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귀국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신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의 페르시아어판은 이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가 지난 16일까지 IFSC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 대회 출전을 마치고 서울에서 체류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 선수는 이후 예정된 날짜보다 이틀 이른 시점에 이란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귀국 날짜를 변경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 보도를 두고 레카비의 신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레카비는 지난 16일 열린 이 대회의 콤바인(볼더링+리드) 부문 결승전에 출전해 4위를 기록했는데,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참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화제로 떠오른 바 있기 때문이다.

독립 시민언론을 표방하는 이란 현지 매체 '이란와이어'는 소식통을 인용,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안전한 귀국을 약속하며 레카비를 회유해 그의 여권과 휴대폰을 가져갔고, 귀국 후에는 이란 정부가 그를 바로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레카비는 애초 망명할 의사는 없었다. 남편이 이란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으며, 레카비가 경기 중에 히잡을 벗기로 결정한 것은 약 한 달 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다수 매체의 질의에 대해 주한 이란 대사관은 18일 "엘나즈 레카비씨는 18일 이른 아침에 다른 팀원들과 함께 서울을 떠나 이란으로 향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의 신변이 위협받고 있다는 보도나 우려에 대해선 "가짜 뉴스, 거짓 보도 및 정보를 부정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의해 체포된 후 돌연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일명 '히잡 시위'가 한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외의 지원을 받은 반정부 시위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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