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방탄소년단, 부산 콘서트에 아쉬움 남는 이유

입력
2022.10.20 09:18
부산 콘서트, 방탄소년단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공연
공연 진행·현장 안내 미흡한 준비에 아쉬움 남아

말 많고 탈 많았던 그룹 방탄소년단의 부산 콘서트가 막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 개최됐던 이번 콘서트는 방탄소년단이 멤버들의 입대 러시 전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완전체 콘서트였다는 점에서 팬과 가수 모두에게 큰 추억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가 갖는 의미가 무색하게도 이번 공연 자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 모양새다. 개최 전 공연장 선정을 두고 불거진 잡음을 시작으로 공연 당일 진행 등에서도 대규모 공연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듯한 미흡한 준비가 눈에 띄었던 탓이다.

방탄소년단의 부산 콘서트 개최 전 가장 큰 논란을 야기했던 장소 선정 문제는 대규모 공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준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당초 공연 개최 장소로 확정됐던 기장군 일광 특설무대 일대는 대규모 인원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부적절한 환경이었음은 물론 10만 명으로 예고됐던 대규모 팬들을 수용하기에는 더더욱 부적합한 장소였다. 10만 명의 관객이 단 하나의 출입구를 통해야 하는 구조는 안전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공연장 일대의 열악한 교통편은 불가피한 교통 대란을 예상케 했다.

결국 논란이 심화되자 하이브와 부산시는 콘서트를 한 달여 앞두고 부랴부랴 개최지 변경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개최 장소가 변경되며 당초 10만 명으로 예상됐던 수용 관객 규모는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콘서트 장소 변경으로 줄곧 제기되던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였지만 공연 당일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장소는 변경했지만 대규모 공연에 대한 미비한 준비는 여전했던 탓이었다.

이날 콘서트는 약 2만3,000여 명의 관객이 스탠딩석에서 관람을 하고 나머지 인원이 지정 좌석에서 관람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다른 콘서트에 비해 훨씬 많은 인원이 스탠딩석에서 관람을 하는 형태인 만큼 입장이나 안전 문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으나, 당일 콘서트는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당일 수많은 글로벌 팬들이 모일 것이 일찌감치 예상됐지만 현장에서는 통역 안내 등을 소화할 현장 통제 요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미흡했던 현장 통제는 관객 입장이 지연으로도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도 상당수의 팬들은 입장 순서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콘서트에서 팬들의 입장이 모두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공연을 시작한 적이 없었으나, 이날 부산 콘서트는 현장이 생중계됐던 탓에 방탄소년단은 일부 관객 입장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연을 시작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관객이 모두 입장하지 못하며 일부 관객은 구역 외 스태프 이동 구간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현장 상황 속 무대를 한 바퀴 돌며 팬들을 만나려던 방탄소년단의 공연 연출 역시 수정돼야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혼란은 계속됐다. 제대로 된 현장 통솔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수만여 명의 관객은 퇴장을 위해 수십 분씩 대기를 거듭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환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는 콘서트 개최가 수개월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만큼 보다 효율적인 통제 인원 배치와 안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과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준비 미흡 문제와 별개로 부산 콘서트에서 보여준 방탄소년단의 무대는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전례없는 대규모 무료 공연 개최, 멤버들의 군백기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 등 공연에 담긴 의미 역시 상당했다. 그렇기에 더욱 개최 준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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