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어긴 플랫폼은 매출 10% 벌금으로" EU가 규제 고삐 죌 때, 한국은 풀었다

입력
2022.10.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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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플랫폼 독과점 규제법 잇따라 발의
문어발 사업확장 막고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불 한번에 속수무책 무너지면서 해외 선진국의 플랫폼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카오 사태 장기화 원인으로 망 이원화 등 위기 대응 투자 부족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꼽혔는데, 그동안 '플랫폼 자율 규제'를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미국, 유럽 등 정보통신(IT) 선진국은 빅테크들이 대표하는 플랫폼에 대한 제도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U·美, 글로벌 빅테크 '독과점 규제'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압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①구글 ②애플 ③마이크로소프트(MS) ④메타(페이스북) ⑤아마존 등 일부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다음 달부터 '디지털시장법(DMA)'를 시행한다. ①시가 총액 750억 유로 이상 ②최근 3년 동안 연 매출 75억 유로 이상 ③월 이용자 최소 4,500만 명 또는 연간 이용 기업 1만 개 이상인 플랫폼을 1개 이상 보유한 기업 등을 '게이트 키퍼(문지기)'로 규정하고 여러 규제를 받게 한다.

업계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그리고 중국 알리바바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DMA는 이들 글로벌 빅테크들의 시장 독점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상 기업들은 인수합병(M&A) 절차를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하고, 맞춤형 광고에 대한 정보도 기존보다 더 공개해야 한다. 또 새 스마트폰을 산 소비자에게 특정 검색 엔진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 DMA를 어긴 기업에 대해 EU는 해당 기업이 전 세계에서 얻은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초강력 규제 카드'다.

미국의 경우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이 지난해 6월 하원에서 발의됐다. 이 법안은 플랫폼 기업 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다. 대형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유리한 위치에 올리지 못하게 막는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만든 제품은 아마존 사이트에서 팔 수 없다. 현재 이 법안은 하원 법사위원회까지 통과된 상태다.

이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했다. FTC는 올해 초 글로벌 5대 빅테크에 대한 M&A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애플, 구글 등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들이 신생 기술 기업을 문어발식으로 사들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결과 애플의 경우 최근 6년 동안 다달이 1개 기업 이상을 대상으로 M&A를 해왔지만, 달라진 정책 기조 공개 이후 현재까지 딱 두 건만 진행했다.



"한국, 규제완화 부르짖다 사회적 책임 방기"



이처럼 주요 해외 시장에서도 플랫폼 규제 강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플랫폼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한국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만 부르짖으면서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를 지게 하는 데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도 플랫폼 독점 지배를 규제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문어발식 확장을 막지도 못했고 국제적 흐름과도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카카오와 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국가 재난관리계획에 포함시키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년 전 국회에서 좌초됐지만, 카카오 사태를 기점으로 여야 모두 법안 필요성에 공감을 얻고 있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