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국내 통신사업자(ISP)들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로 인한 트래픽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 여야 의원 7인이 빅테크의 '무임승차' 규제를 위한 전기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제출한 바 있다.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개정안 통과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구글 등이 저지에 나섰고, 일부 국내 이용자들도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개정안 연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은 국내에서 매년 천문학적 수입을 올린다. 네이버와 같은 국내 CP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6월 1심 패소했다. 법원은 넷플릭스가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과정에서 넷플릭스가 2014년 컴캐스트에 착신망 이용 대가 지급에 합의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2021년 말 기준 국내 트래픽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들은 트래픽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무임승차'하고 있다. 구글에 엄청난 과징금을 물리고 구글세 도입에도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최근 망사용료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 공화당은 농어촌과 학교 등의 인터넷망 보급의무를 빅테크 기업들에 강제하기 위한 '인터넷 공정기여법'을 발의했으며, 텍사스주 25개 공공자치단체는 넷플릭스 등에 공공인프라 이용요금 지급 요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정이 이러한데, 빅테크 업체는 '무임승차권' 유지를 위한 '여론 조성'에 혈안이다. 유튜브는 지난 9월 20일 이후 자사 채널과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망법개정안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골적으로 이용자를 압박하기도 한다. 지난 9월 30일 아마존닷컴 게임중계서비스인 트위치 코리아도 동영상 화질을 악화(1,080p에서 720p로)시켰다.
빅테크들은 망중립성 훼손과 이용자 부담 가중을 이유로 망사용료에 반대한다. 망중립성는 이용 차별 금지 원칙이다.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전제로 한다. 독과점 사업자가 횡포를 부리거나 무임승차가 창궐할 경우 시장 기능은 마비된다. 시장 정상화를 위한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일반 이용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주장은, 구글이 유튜버 등 자신의 이용자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통상 내세우는 논리다.
K콘텐츠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 구축한 최고 수준의 인터넷망 덕분이기도 하다. '배 주고 배 속 빌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큰 이익을 빼앗기고 작은 이익만 겨우 얻는 경우를 일컫는다. 지금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향후 우리의 처지가 그리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