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독점 견제, 자율규제만으론 어림없다

입력
2022.10.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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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대란을 계기로 시장을 독점해온 공룡 플랫폼 기업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국민 메신저’라는 화려한 외형을 앞세워 내실과 상생은 외면한 채 문어발식 확장만 고집해온 독점 기업의 오만이라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거대 플랫폼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올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무려 134개에 이른다. 쇼핑, 교통, 금융, 문화 등 카카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압도적 시장 장악력으로 꽃 배달, 미용실 중개 서비스에까지 기웃거리며 골목상권도 끊임없이 노렸다. 무리한 확장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부른다. 직원이 외부 커뮤니티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할 만큼 조직문화가 망가졌고,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상장 한 달 만에 주식을 대거 팔아 도덕적 해이 논란을 자초했다. 돈벌이에 급급한 독점 기업에게 재난 대비 시스템은 굳이 안 해도 될 투자였을 것이다.

견제 없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이를 방치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도 크다. 지난 정부 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 입법이 추진됐지만, 기업들 반발로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 자유를 내세우면서 플랫폼 견제를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기구에 맡기기로 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환영하며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약속했지만, 허언이 됐다. 애초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독점이나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를 이루고 있을 때는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피해를 겪고서야 부랴부랴 자율규제에서 국가 개입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여야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대대적인 입법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다만 섣부른 규제로 혁신의 발목을 잡는 건 곤란하다. 독과점 폐해는 도려내면서 기업의 건강한 성장은 방해하지 않는 정교한 치료법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