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불어닥친 국내 증권시장이 내년 하반기에나 반등할 수 있다는 기관투자자들의 전망이 나왔다. 유가증권의 경우 올해 하반기 당장 2,000선이 붕괴되며 평균 1,958선의 저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업체 주식 운용담당자(기관투자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증시 경쟁력 평가 및 과제' 보고서를 17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기관투자자들은 올해 4분기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금리상승(32.6%)을 꼽았다. 이어 환율상승(26.7%)과 국내외 경제성장 둔화(14.6%) 미국 통화긴축(13.7%) 등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지목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런 악재 속에서 4분기 국내 유가증권 시장이 종합주가지수 평균 2,077을 기록하겠지만, 저점이 평균 1,95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응답자는 1,800선까지 밀린다는 예상(23.0%)까지 해 글로벌 긴축 여파에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시의 반등 시점은 내년 하반기(27.0%)로 본 전문가들이 가장 많았다. 내년 상반기라는 응답은 17.0%에 그쳤고, 내후년 이후에도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답변도 14.0%에 달해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상승 기대감과 거리를 뒀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반등이 어려운 이유를 주요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경쟁력에서 찾았다. 한국 증시 경쟁력이 미국과 영국, 홍콩 등 주요 선진국 증시의 70.6% 수준에 그쳐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14일 기준 지난해 말 대비 증시 하락률이 한국 코스피는 25.7%에 달해 독일(DAX) 21.7%, 미국(다우존스) 18.4%, 프랑스(CAC40) 17.1%, 일본(니케이) 5.9% 등과 차이가 났다. 이들은 한국 증시가 선진 증시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시가총액이 29.7% 증가(612조 원)하며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①금융시장 규제 완화(27.0%) ②세 부담 경감 등 기업 활력 제고(23.6%) ③상속세 완화(10.0%) ④외국 금융 인재 유치(9.0%) ⑤대북관계 등 지정학적 리스크 해결(8.3%)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외국인(37.8%)이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투자자로 판단,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신뢰성 강화(38.2%), 한미 금리차 적정수준 유지(22.6%), 환율안정 등을 통한 환차손 방지(19.6%) 등을 요구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 증시 안정을 위해 규제 완화, 감세 등으로 기업 수익성을 높이고, 경상수지 관리, 재정건전성 확보 등으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경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