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식품기업 SPC그룹 계열의 경기 평택시 제빵공장에서 23세 여직원 A씨가 15일 새벽 소스 배합 작업 도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A씨는 제빵사가 되고 싶어 2년 반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곳에 취업해 일해왔다고 한다. '산재공화국' 오명을 벗고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도 안전사고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도 8월까지 43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번 참사 역시 안전조치 미비에 따른 인재라는 사실이 고용노동부·경찰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A씨 앞치마가 배합기에 빨려든 것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데다, 이 기계엔 덮개가 열렸을 땐 작동을 멈추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도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 전체 배합기 9대 중 7대가 그랬다. '2인 1조' 작업이지만 사고 당시 동료 직원은 자리에 없었다. 사고 일주일 전에도 공장 내 다른 생산라인에서 손 끼임 사고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분기별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업장에 근로자 존중 문화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앞선 손 끼임 사고 때 사측은 피해자가 기간제 파견 직원인 걸 알고는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았다. 심지어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을 집합시켜 30분간 훈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이번 사고 당일 노동부가 인터록이 없는 배합기 7대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자, 다음 날 곧바로 직원들을 투입해 남은 2대를 가동하는 몰지각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SPC그룹 및 계열사가 제빵사 불법 파견(파리바게뜨), 생산시설 위생 불량(던킨도너츠), 마약 전과가 있는 그룹 회장 아들의 경영 복귀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일과 겹쳐보일 수밖에 없다.
사고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만큼, 당국은 사고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위법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사고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도 면밀히 살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