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기준으로 북한은 올 들어서만 27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특히 9월 25일부터 10월 14일까지는 9차례에 걸쳐 1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술핵 운용부대의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 북한은 그들 미사일의 새로운 성능을 시험하고 동시에 전쟁 상황을 가정한 모의 연습을 했을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북한의 미사일 운용훈련 내용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 전략'과 거의 유사하다. 중국은 전장에 미군의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전장에서 적의 전력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시도이다. 반접근 전략은 원거리에서 적의 군사력이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지역거부 전략은 작전지역 내에서 적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지하는 것이다.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수행하려면 고정밀 미사일, 방어시스템, 사이버·전자전 전력, 전투함, 전투기 등이 요구된다. 이 전략의 핵심전력은 중장거리 정밀 미사일 타격 능력이다.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능력과 함께 첨단의 탄도 및 순항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군의 접근과 활동을 제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군사시설 등이 중국 미사일의 사정거리 내에 놓이게 되면서 미군의 작전능력에 대한 중국의 위협도 점증하고 있다.
중국은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전력을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상, 해상, 공중 등에서 발사 가능한 정밀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다. 주력 탄도미사일로는 둥펑(DF)-26, 둥펑-21D, 둥펑-17 등이 거론된다. 둥펑-26은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일명 '괌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자료에 의하면 사거리는 약 4,000㎞ 정도이다. 둥펑-21D는 일명 '항모 킬러'로 불리는데, 사거리가 1,450㎞에서 최대 1,550㎞이다. 이 미사일은 미국의 이지스 방공시스템을 회피해서 항공모함도 타격할 수 있는 높은 적중률의 대함탄도미사일(ASBM)로 추정된다. 중국은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장착한 평균 사정거리 1,800㎞(최대 2,500㎞)의 둥펑-17을 개발했다. 이 미사일은 활공에 의한 기동력과 낮은 고도 비행으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
북한은 올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지난 보름 동안에도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신형 중장거리미사일'로 미군의 괌 기지로부터 한반도 증원전력을 타격하고 주로 단거리 미사일 및 초대형 방사포로 미군 전략자산이 들어올 공항과 항구 및 한국의 주요 지휘시설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도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개념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해졌다.
화성-12형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중장거리미사일'은 북한의 대미 반접근 전략의 핵심 무기체계이다. 화성-12형 미사일은 5,000㎞ 정도의 사거리를 확보하고 있어서 평양에서 3,400㎞ 떨어져 있는 괌의 미국 해·공군 기지를 타격해서 증원전력을 차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지역거부 전략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단거리 미사일의 운용훈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발표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고도화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 북한은 진정 미사일 생산 및 배치를 완료하고 미사일 운용훈련을 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는가? 미사일 종류에 따라 진전 속도가 다를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식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일단 위협이 감지된 만큼 우리 당국은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상대방의 위협과 능력을 과소평가하기보다 과대평가하는 것이 대비태세 구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