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UFO 맹신자의 실종 미스터리

입력
2022.10.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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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호주 경비행기 조종사의 실종

1978년 10월 21일 호주의 만 20세 경비행기 조종사 프레데릭 발렌티치(Frederick Valentich)가 세스나 182L 경비행기를 몰고 배스해협을 건너던 중 기이한 교신을 끝으로 실종됐다. ‘금속 표면에 녹색 불빛을 내는 비행물체가 자신의 비행기를 따라와 바로 위에서 정지비행 중’이라는 무전이었다. 그 직후 교신이 끊겼고, 당국은 사고 해역에 대한 대대적인 해상 항공 수색을 펼쳤지만 아무런 흔적도, 추락 잔해도 발견되지 않았다. ‘미확인비행물체(UFO)에 의한 납치’라는 의혹이 급속히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발렌티치는 당일 저녁 6시 19분 빅토리아 무라빈 공항을 이륙했다. 그에겐 해협 너머 125해리(232km) 거리의 킹아일랜드에서 지인들과 저녁 약속이 있던 터였다. 청명하고 바람도 잔잔한 날이었다. 저녁 7시 6분 그는 UFO가 1000피트 상공에서 자기 비행기를 지나쳤다는 무전에 이어 “정동 방향에서 다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무전을 보냈다. 그는 문제의 기체가 헬기처럼 공중에 정지한 채 자기 위를 맴돌고 있다고 했다. 7시 12분, 커다란 금속성 소음과 함께 교신이 멎었다.

발렌티치는 호주 공군에 두 차례 지원했다가 학력 미달로 탈락하고, 상업 면장 시험에서도 두 번 낙제하고 비행규정까지 2차례 어긴, 총 비행시간 150시간에 불과한 말썽쟁이 초보 조종사였다. 무엇보다 UFO의 존재를 맹신하는 이였다. 무전이야 그렇다 쳐도 실종까지 자작극일 수 없다는 중론과 추락 잔해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비행 미숙과 착시에 의한 추락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물론 UFO 납치설은, 그럴싸한 목격담과 함께 끈질기게 이어졌다. 그가 UFO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결과라는 주장도 있었다.

5년 뒤인 1983년 태즈메이니아 북동부 플린더스섬 해변에서 항공기 부품 잔해 일부가 발견됐고, 조사 결과 발렌티치의 사고 항공기와 같은 기종에서 사용되는 부품으로 확인됐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