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도발 퍼부은 北… ‘시진핑 3연임’ 앞두고 휴지기?

입력
2022.10.16 16:00
5면

13일 심야부터 다음 날 오후까지 560회의 포 사격을 비롯, 하늘과 땅, 바다에서 동시다발적 도발을 퍼부었던 북한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북한은 15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전날 무력시위와 관련해 “적들의 고의적인 도발 책동에 다시 한번 명백한 경고를 보냈다”는 입장문을 낸 것 외에 16일 오후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이날 개막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최대 우방국이자 혈맹인 중국의 잔칫날에는 도발을 가급적 자제해왔다. 올해 정초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던 북한은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무력시위를 멈췄다. 중국이 주최하는 스포츠 이벤트에 재를 뿌리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20일 간, 북한은 △총 9차례 미사일 도발 △군용기를 동원한 3차례 공중무력시위 △완충지대로 560발 포 사격 등으로 전운을 고조시켰다.

이날 개막한 중국 공산당 대회는 오는 22일까지 1주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적어도 이 기간에는 북한이 도발을 삼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2017년 9월 3일 시 주석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정상회의를 주최하던 중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전례는 있다.

다만 최근 북한과 중국은 한미일 군사 밀착에 맞서 유대를 강화하고 있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중국 공산당 대회에 보낸 축전을 공개하며 “조선노동당은 앞으로도 중국 공산당과 동지적 유대를 더욱 굳게 다지고 발전시켜 조중관계의 모든 영역에서 그 생활력이 힘있게 과시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국경절(10월 1일)을 기념해 보낸 축전에 대해 시 주석이 답전을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답전에서 시 주석은 “국제 및 지역정세에서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중·조(중국과 북한) 쌍방 사이에 전략적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고 단결과 협조를 강화해야 할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 당대회 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도발을 재개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특히 중국 당대회 종료 시점부터 다음 달 8일 미국 중간선거 사이에 7차 핵실험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실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판단에 따라 휴일인 16일에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이 더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긴장감을 갖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비상체제는 도발 횟수에 따라 증가하는 게 아니라 24시간 대비체제"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최근 연이은 도발 속에 주한미군이 화생방전(CBRN)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 미 육군 제2사단은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예하 제23화생방핵고폭탄방어대대가 "지난주 화생방 현장 탐색 및 오염물 제독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 2사단은 방독면과 침투성 보호의 등을 착용한 부대 장병들이 실험실과 지하 벙커 등 가상의 적 시설에 침투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