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종 재확산 위기 경보가 켜졌다. 동남아시아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변이종이 싱가포르 인접국으로 대거 확산되면 겨울 성수기를 맞아 관광산업을 정상화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6일 채널뉴스아시아(CNA)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전날 9,087명을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7,716명이었다. 이달 첫째 주 평균(4,714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인구가 597만 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싱가포르를 다시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의 하위변이종인 XBB(BA2.10)이다. 올해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XBB는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전파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XBB는 미국, 일본, 호주, 덴마크 등 17개국에서 발견됐으며, 싱가포르의 확산세가 가장 빠르다.
XBB 대확산 가능성을 부인하던 싱가포르 보건부는 "이달 들어 전체 코로나19 확진 사례의 54%가 XBB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3주 안에 XBB가 싱가포르의 지배종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XBB 재확산은 내달 중순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 평균 1만5,000명에서 최대 2만5,000명의 신규 감염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 조치 재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공립병원에 일반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게 하고, 코로나19 환자 전용 병상 800개를 확보했다. 보건부는 "당분간 응급 환자만 병원을 이용하고, 재택근무도 다시 활성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동남아 각국은 싱가포르 방역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싱가포르발(發) XBB가 이번 겨울 성수기 영업을 막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싱가포르 출·입국 제한도 어렵다는 것이다. 역내 교통의 허브인 싱가포르엔 동남아 외국인직접투자(FDI) 현지법인 본사가 많다. 싱가포르를 오가는 관문을 막으면 산업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가장 긴장한 국가는 태국이다. 태국은 최근 한 달 동안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1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연간 관광객 1,000만 명 유치 목표 달성을 위해 힘차게 달리는 중이다.
태국 관광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발 XBB가 퍼지면 겨울 시즌 관광객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며 "그저 기도하며 현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