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 소비하는 전기는 대부분 멀리 떨어진 지역의 발전소에서 생산돼 공급된다. 일본 도쿄도는 전기 자체 생산을 늘리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새로 짓는 주택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운을 뗀 이후 1년간 준비 작업을 해 왔다. 올해 12월 도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2025년 조례가 시행된다.
구리오카 쇼이치 도쿄도 환경국장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 봤다.
-권고를 넘어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까지 하는 이유는.
“도쿄도의 전력소비량은 약 767억kWh(2020년 기준)로, 일본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1위이다. 발전량은 58억kWh에 불과하다. 2020년 에너지 소비량은 2000년보다 27.3% 감소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3.7%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지되면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
-신축 주택을 패널 설치 대상으로 정한 건 왜인가.
“도쿄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0%가 건물에서 나온다. 2000년과 비교하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감소했지만 가정의 소비량은 늘어났다. 가정에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쓰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찬반 여론은 어떤가.
“3,779명에게 의견을 들은 결과 찬성이 56%였고, 반대는 41%였다. 설치 부담을 우려하면서도 전력 부족이나 기후변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청년층의 찬성 비율이 높았다. 20대의 77%, 20대 미만 응답자의 86%가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다. 기후 변화가 자기 세대에 즉각 닥칠 위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나.
“일본에선 교토시가 2022년 연면적 300㎡ 이상의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했다. 독일에선 16개 주 가운데 7개 주가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수도 베를린에서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 새로 짓는 모든 저층 주택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했고, 내년부터는 더 확대할 예정이다.”
-건축주 입장에선 부담이 되지 않나.
“6~10년이 지나면 설치비를 전부 회수할 수 있다. 초기 설치 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리스 방식 및 다양한 지원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 설치 비용은 집주인의 몫이지만, 설치 의무는 건설회사가 진다. 대형 건설회사 약 50곳이 대상이다.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의무화 조치 시행까지 약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연간 신축 주택 중 절반(2만 동)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4만kW의 발전량을 얻을 수 있다. 대규모 건축물에도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비롯해 설치 대상을 늘려 가면 연간 총 200만kW 이상의 태양광 전기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도쿄도 전력 소비량의 4% 정도를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