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력시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총참모부가 전면에 등장했다. 심야에 미사일과 포를 발사한 책임을 한미 양국에 떠넘겼다. 북한이 군 지휘부를 앞세워 도발을 정당화하며 추가 도발의 명분을 찾는 모양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4일 발표문에서 “남조선군은 13일 아군의 5군단 전방지역에서 무려 10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며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 군사행동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5군단은 강원도 철원지역과 마주한 곳에 위치해있다.
북한은 13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4일 오전 3시 7분까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군용기 10여 대 공중무력시위 △서해상으로 방사포 130여 발 발사 △동해상으로 방사포 40여 발 발사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방위로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1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철원 사격장에서 다연장로켓(MLRS)을 투입해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사격 방향은 남쪽이었고 이미 예정된 훈련이었다. 군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MDL 5㎞ 이내에서 포병사격을 못 하게 돼 있는데 (주한미군의) 사격 지점은 5㎞보다 훨씬 이남이었고, 남쪽으로 사격을 했기 때문에 9·19 합의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훈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자제했던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이 당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원래 MLRS를 쏘던 장소가 MDL과 꽤 가까운 거리인데, 안 하던 훈련을 다시 하니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MLRS는 다수의 로켓탄을 한꺼번에 발사해 넓은 지역을 한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적 무기다. 한 번의 공격으로 축구장 3배 면적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 병사들은 마치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과 같다며 MLRS를 ‘강철비’(Steel Rain)라 불렀다. 북한에서는 MLRS를 방사포로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