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향방을 가늠할 현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또다시 시장 예상치를 웃돈 8.2%(전년 동월 대비)로 나타났다. 에너지와 식료품비 등 변동성이 높은 항목을 뺀 근원물가상승률은 6.6%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미 연준(Fed)은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는 등 긴축 강도를 되레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13일(현지시간) CPI 통계 발표 직후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감을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는 연준의 11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91.8%까지 상승했고, 0%였던 1%포인트 인상(울트라 스텝) 확률도 8.2%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근원물가상승률에 주목하며 인플레 압력이 여전히 크고 광범위하다고 평가한다. 11월에 연준이 또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에 이르며, 한미 금리차도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미국의 긴축 강화 기류는 우리 경제엔 한파다. 한은은 14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높은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해 미 연준이 통화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다”며 “금융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긴축 강화로 글로벌 환율 및 금융 불안, 경기침체 우려 고조, 유럽 및 아시아 일부 국가들의 금융ㆍ경제위기 가능성 등 파장도 증폭된다는 얘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 “(한국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견조하고 대외신인도가 높아 과거와 같은 위기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997년에도 끝까지 펀더멘털을 과신하다 위기를 맞았다. 지금은 원화가 추락하고, 수출은 둔화 중이며, ‘쌍둥이(재정ㆍ경상수지) 적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위기 가능성까지 높아지는 상황이다. 돌발 위기 가능성까지 철저한 대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