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입주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노원센트럴푸르지오는 이 지역 대장주로 꼽힌다. 지은 지 30년 된 노후 아파트가 빼곡한 지역에 들어선 첫 신축 아파트(상계뉴타운 기준)라는 메리트에 집값도 고공행진했다. 전용면적 59㎡는 지난해 12월 10억1,500만 원에 손바뀜되며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올 들어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최근엔 7억8,000만 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1년도 안 돼 몸값이 2억 원 넘게 추락한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마저 매도 호가를 2,000만 원이나 낮췄는데도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가 몰렸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 심상찮다. 매수심리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직전 최고가보다 수억 원 떨어진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단기에 치솟았던 집값이 빠르게 빠지자 뒤늦게 수억 원대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노도강은 지난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뛴 지역이다. 노원구가 8.58% 뛰어 서울 전체 1위였고, 도봉구와 강북구도 각각 5.65%, 3.5% 급등했다. 서울에선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 젊은 층이 대출로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으로 꼽히면서, 지난해 2030의 '공황 구매(패닉 바잉)'와 외지인의 원정 투자가 집중된 결과였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10월 둘째 주(10일 기준) 노도강이 있는 서울 동북권 매매수급지수는 70.4로 지수 70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서울(76.9)·수도권(79.4)·6대 광역시(81) 등 전국 권역별 통틀어 가장 낮다. 이 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하는데, 노도강이 그 어느 지역보다 시장 침체가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집값 하락도 가파르다. 노원구는 올 들어(1~10월) 3.98% 하락해 서울에서 집값 하락 1위였고, 도봉구(-3.88%)·강북구(-2.82%)도 서울 전체 평균(-1.9%)보다 많이 떨어졌다. 노원구 상계동 우방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3일 5억9,000만 원에 실거래되며 6억 선(지난해 8월 8억5,000만 원)이 깨졌다. 국민평형으로 통하는 전용 84㎡ 아파트가 5억 원대에 거래되는 이례적인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최근 노도강에선 빚내 집을 산 집주인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동산에 내놓은 아파트 매물은 서울 노원구가 4,661건으로 서울 전체 2위(1위는 강남구 5,132건)였다. 도봉(2,051건)·강북구(1,160건)도 매물이 세 자릿수대다.
노원구 상계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이자를 줄이려고 급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도 많은데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조차 안 나가 힘들어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단기 급등한 노도강이 서울에서 가장 심한 조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