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를 둘러싼 수상한 움직임

입력
2022.10.17 00:00
27면

2020년 1월 소위 '데이터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을 말한다. 이 법들을 개정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즉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활용해 비즈니스자원으로 쓰기 위함이다.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대세는 결국 수많은 정보를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개인정보의 활용은 사생활 침해 위험을 높일 것이라는 게 자명하다. 그런데 당시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개인정보 처리원칙 등을 규정하고,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국민의 피해 구제를 강화해 국민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며,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개정이유는 아주 참신하다. 더욱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처럼 경제적인 관점을 우위에 두고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이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보건복지부 등 '개인정보보호'에 중점을 둬야 할 기관들이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당시 국회와 정부는 한 몸으로 움직였다. 지난주 다른 필자가 같은 지면에서 일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던 주제를 다시 꺼낸 이유는 의료와 관련된 수상한 움직임 때문이다.

최근 국감시기에 맞춰 경제신문들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때리기에 나섰다.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민간 보험사들의 데이터 요청에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심평원은 데이터3법 시행 이전에도 이미 민간보험사에 데이터를 제공해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받아 정보 제공을 중단했지만, 데이터3법 시행 이후에는 꾸준히 민간보험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건보공단은 데이터3법 이후에도 계속 민간보험사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계속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제공이 허용된 '가명정보'는 '익명정보'와 다르다. 익명정보가 더 이상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복원이 불가능하게 처리한 정보지만, 가명정보는 추가정보를 통해 특정 개인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민간정보로 특별히 보호하는 의료정보를 가명정보화한다고 해서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지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활용이 가능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가명정보는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을 위해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상업적 목적도 포함된다고 해석해 날개를 달았다. 민감정보인 공공기관이 가진 의료정보도 이제는 보험회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보험상품개발에 활용하는 시대가 됐다.

이 우려가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은 복지부가 시작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사업이다. 특히 복지부가 '비의료'로 제시한 만성질환의 관리와 질병예방도 기존의 의료행위 개념 안에 포함된다. 복지부가 양성하겠다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코디네이터(왜 정부기관이 굳이 영어를 쓰는지 모르겠다)'도 대부분 간호사일 것이고,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이 사업은 공공의료가 아니라 민간 영리업체에 의해 이뤄진다. 간호사의 의료행위로 민간기업이 영리를 얻는 사업이다.

정부가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위해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독려하고, 만성질환 관리 등은 비의료라고 민간 영리업체에 넘기고, 여당 소속 지자체장은 공공병원을 민간에 위탁한다고 하는 이러한 흐름이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니길 바란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