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 겨울이었어요.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너 안 추워?' 하셨어요. 이렇게 대답했어요. '시원해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주란(36) 씨는 경북 칠곡군 왜관시장의 새내기 상인이다. 아시아 식품을 파는 가게의 사장님이 된 지 겨우 두 달째다. 성주에서 2년 정도 장사를 하긴 했지만, 그 경력까지 합쳐도 겨우 2년2개월에 불과하다. 시장 사람들 말마따나 '신출내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잘할 자신 있다", "우리 가게는 무조건 잘될 거예요"하는 말을 스무 번도 넘게 했다.
"저는 한국말을 잘해요. 그래서 싱싱한 채소와 식품들을 빨리빨리 저렴하게 들여놔요. 중간 상인들은 한국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너무 재밌는 사람이에요. 무조건 손님들이 몰려올 거예요. 두고 보시라니깐요!"
2007년 한국땅을 밟았다. 결혼이민이었다. 남편은 충청도 사람이다. 뿌리를 내린 것도 충청도다. 경북 성주로 내려온 건 남편의 일자리 때문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함께 내려왔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그 일 중의 하나가 '이중언어 강사'였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성주 다문화센터에서 이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국어 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다문화센터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줬어요. 이중언어 강사 일도 그렇지만 일자리도 알아봐 주고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주었어요.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성주에서 가게를 할 때 '투잡'을 뛰었다. 봄에는 새벽 6시, 여름에는 새벽 4시에 비닐하우스에 가서 두세 시간 일한 뒤 샤워하고 가게로 나갔다. 그는 "참외를 따면 돈을 쏠쏠하게 준다"면서 "일하는 맛이 난다. 일을 하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턱없는 꿈을 가지고 한국에 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제 삶에 만족해요. 베트남에서 상상했던 한국에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의 고향은 호찌민에서 조금 더 내려가는 시골이다. 한국을 알게 된 것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서 주말극, 일일드라마 등 닥치는 대로 봤다. 한국을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한국행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몇 해 전에는 친동생도 한국으로 시집왔다. 현재 부산에서 살고 있다'.
벌써 결혼 15년차, 남편과의 관계는 여전히 '맑음'이라고 했다. "너무 착해서 좋다"고 한다. "그런데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요. 충청도 사람이라서 너무 느려요. 정말 '아부지 돌 굴러가유'라니까요."
장래 희망 혹은 꿈을 묻는 질문에 호탕한 답변이 돌아왔다. "없어요! 앞으로도 쭉 지금처럼 재밌고 건강하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남편, 두 아이와 함께 앞으로도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제 코리안 드림은 100점 만점에 100점입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은 신선한 농산물과 지역 고유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식당이 즐비한 그 자체로 문화관광지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며 "교통이 편리한 칠곡을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