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중재안을 푸틴 대통령에게 건넬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쟁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 “튀르키예를 포함한 잠재적 구매자들이 관심이 있다면 유럽 등 제3국에 가스를 판매하기 위한 허브를 튀르키예에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와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을 추가로 건설하고, 가스 가격을 결정하는 튀르키예 가스 거래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 1ㆍ2’ 가스관은 얼마 전 고의적 방해 공작으로 추정되는 가스관 파손ㆍ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다. 이를 인식한 듯 푸틴 대통령은 흑해를 거쳐 튀르키예와 남부 유럽을 잇는 ‘투르크스트림 가스’관이 러시아 가스 수송을 위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크렘린궁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양국이 함께 이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국은 튀르키예의 제2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논의하는 등 원자력 분야까지 에너지 협력 확대를 모색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은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현재 튀르키예 남부에 아쿠유 원전을 건설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쿠유 원전뿐만 아니라 흑해 연안 시놉 지역에 2호 원전을 건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논했다”며 “해당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튀르키예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유혈사태를 막는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양자 회담에서 종전 해법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가깝게 소통하며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전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흥미롭고 유용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