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치료제 '킴리아' 보험 안 되는 백혈병 환자 치료 길 열렸다

입력
2022.10.13 20:05

CAR-T 치료는 환자 혈액에서 얻은 면역세포(T세포)가 암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 몸속에 집어넣는 맞춤형 치료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 정확히 표적하면서도 체내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획기적인 최신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재발ㆍ불응성 소아청소년 및 25세 이하의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보건복지부의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 지원 사업을 통해 연구자 주도 병원 생산 CAR-T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CAR-T 치료제인 킴리아가 도입되기 전 준비된 연구로, 킴리아가 보험 적용을 받으면 연구가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킴리아가 백혈병 세포가 골수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재발·불응성 환자에게만 보험이 적용되면서 미세 백혈병(백혈병세포가 골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미만) 혹은 골수 외 재발 환자는 치료 접근이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에서 골수 재발 환자에만 킴리아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이유는 국내 보험 허가 임상 시험 기준이 근거 중심이기 때문이다.

킴리아 개발 당시 임상 시험 과정에서 효과 확인을 위해 골수에 백혈병 세포가 5% 이상인 환자들이 등록됐고, 이 데이터에 준해서 우리나라의 보험 기준이 결정됐다.

이에 지난 4월 이후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CAR-T 치료제 생산부터 투여 후 환자 치료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해 백혈병 환자를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이 나섰다.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인 환자 중에는 골수 외 재발 환자도 포함되어 있었고, 백혈병 종괴가 사라지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치료 성적을 기반으로 최근 CAR-T 치료제인 킴리아의 보험 적용이 안 되는 25세 이하 미세 백혈병 및 골수 외 재발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CAR-T 임상 연구 환자 수 확대를 요청해 심의에서 통과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복지부 심사 통과를 기점으로 식약처 승인 후 킴리아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백혈병 환자에게 CAR-T 치료 기회를 추가 제공할 계획이다.

강형진 교수는 “조만간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도 보험 적용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전까지만이라도 CAR-T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를 위해 이번에 대상 환자 추가를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강 교수는 “킴리아는 대학에서 개발돼 연구자 주도 초기 임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인 후 기술 이전이 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대학·병원·연구소에서 개발된 기술이 연구자 주도 초기 임상을 거친 후 기업에 기술 이전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서울대병원에서 구축한 ‘CAR-T 생산·투여·치료 관리 통합 시스템’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연구자 주도 임상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