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해경 등이 일사불란하게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자진 월북'으로 결론을 지은 과정이 자세하게 드러나 있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당초 자진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이씨의 월북 의사 표명 및 북한군에 의한 사살·소각 관련 첩보 입수 후 돌변했다. 특히 안보실이 내린 '자진 월북'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방부와 해경 등은 월북으로 단정할 수 없는 증거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대신 부정확한 사실과 사생활 정보 등을 월북 판단의 근거로 활용했다.
국방부는 실종 신고 접수 이후인 2020년 9월 21일 15시 25분쯤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조류방향(북→남)과 어선 조업시기 등을 이유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받았다. 국정원도 9월 22일 18시쯤 "의도적 월북 또는 표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속동향 주시"라는 분석 등으로 월북 가능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안보실은 같은 날 18시 36분쯤 "해상 추락으로 추정되어 수색 중 북측이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한 첩보 입수"라고 작성한 보고서를 내부보고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신했다.
그러나 19시 40분쯤 국방부 장관이 이씨의 월북 의사 표명이 있었다는 첩보를 보고했고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도 소각된 것으로 보인다'는 초도판단 보고가 있은 후 '월북'에 무게를 두었다. 안보실은 23일 15시쯤 해경에 이씨의 가정불화 등을 반영한 언론대응 지침을 하달했고, 24일 관계장관회의에서는 국방부에 자진 월북을 기초로 한 종합분석 결과를 작성·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부의 종합분석 보고서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월북 의도가 낮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는 분석‧검토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씨 혼자 구명조끼 착용 △CCTV 사각지역에서 슬리퍼 발견 △발견 당시 소형 부유물에 의지 △월북 의사 표명 등을 근거로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이씨가 탔던 배에 비치된 구명조끼 수량에는 이상이 없었고,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최초에는 월북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 등의 정보는 입수하고도 검토하지 않았다. 25일 북측의 대남통지문과 전날 국방부 발표와 차이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이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민간어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한자가 쓰여있는 등의 사실을 파악하고도 추가 분석 없이 '남한 측 구명조끼'라고 단정했다.
국정원도 22, 23일 두 차례 분석에서 '월북 의사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으나, 안보실의 '월북 판단' 취지의 가이드라인 제시 후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시신 소각 판단을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국방부는 24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불태우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으나, 25일 "국가 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북측의 대남통지문 접수 이후 입장이 변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가 (24일) 시신 소각과 관련해 발표한 내용이 너무 단정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가 진술했다. 이후 안보실은 별도 분석이 없었음에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최종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입장을 바꿔 대응하도록 방침을 내렸다.
수사 주체였던 해경도 안보실의 가이드라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수사팀이 29일 수사가 진행된 내용이 없어 발표를 거부하거나, 발표자가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도 해경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2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10월 22일 3차 발표에선 임의 짜깁기된 심리분석 및 "B형 구명조끼 착용가능성이 높다" 등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미확인 근거를 사용하거나 확인된 증거를 은폐했고 △표류예측 결과 등에 대한 왜곡된 분석과 △채무관계·도박중독 판단 등 부정적 사생활 정보 공개 등을 통해 월북으로 몰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