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인류를 습격한 지 어느덧 3년. 국내에서는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해 15일은 정확히 코로나19 유행 1,000일째 되는 날이다.
이 1,000일 동안 한국인의 삶은 뿌리째 흔들렸다. 전 국민의 절반에 이르는 2,500만 명이 코로나에 걸렸다. 감염된 줄도 모르고 지나간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사경을 헤맬 정도로 심하게 앓았고 3만 명에 육박하는 이들이 세상과 이별했다.
진단검사를 위한 콧속 찌르기와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 영세 자영업자를 벼랑으로 내몬 사회적 거리두기는 거부할 수 없는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얼마나 쓰고 다녔는지 마스크는 이제 얼굴의 일부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고 피할 수도 없었던 급격한 변화는 방역당국의 코로나19 데이터에도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14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자료와 한국일보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데이터 등을 종합하면, 이달 1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2,497만9,770명 중 남성은 1,168만39명(46.76%)이다. 여성 확진자는 1,329만9,731명(53.24%)으로 남성보다 161만9,692명이나 많았다. 2차 이상 재감염을 반영하지 않은 전체 확진자 통계이지만 남녀 간 격차는 뚜렷했다.
남녀 인구 비율로 따져도 여성이 코로나에 더 많이 걸렸다.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46만여 명 중 남성은 2,565만여 명(49.85%), 여성은 2,581만여 명(50.15%)이다. 남녀 인구별 코로나19 확진율을 비교하면 남성은 45.53%인데 여성은 51.52%로 남성보다 높다.
사망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11일 0시 기준 누적 사망자 2만8,708명 가운데 여성은 1만4,657명(51.06%)으로 절반이 넘는다. 남성은 1만4,051명(48.94%)으로 여성보다 606명 적다. 성별 인구 대비 사망률도 여성(0.06%)이 남성(0.05%)에 비해 근소하게 높다. 다만 확진자 대비 사망자를 백분율로 표시하는 치명률을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0.12%)이 여성(0.11%)보다 0.01%포인트 높다. 분모(남성 누적 확진자)가 적은 영향이다.
의료기관에 격리돼 고유량산소요법, 인공호흡기, 체외막산소공급(ECMO) 치료 등을 받은 위중증 환자 수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질병청은 2020년 4월부터 위중증 환자를 공식 집계했는데, 지난달 30일 0시 기준 누적 2만7,237명이었다. 이 중 남성은 1만5,722명(57.72%), 여성은 1만1,515명(42.28%)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4,207명이나 많다. 성별 확진자 중 위중증 환자 비율도 남성(0.13%)이 여성(0.09%)보다 높다.
결론은 '여성이 더 많이 걸렸는데 입원 치료를 많이 받은 건 남성이고, 사망자는 여성이 많다'는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성의 성향이 데이터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여성은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고 검사에 적극적이라 확진자가 많을 수 있다"며 "여성 사망자가 많은 데는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7세 정도 길어 고령층의 다수를 여성이 차지하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 위중증 환자가 많은 배경으로는 기저질환이 꼽힌다. 만성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화 가능성이 높은데, 남성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사망자 분석은 연령과 기저질환에 대한 보정이 필요한데, 기본적으로 같은 연령대라도 기저질환 자체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나타난다"며 "남녀 확진자 수의 차이는 감염력의 차이가 아닌 검사 적극성 등으로 인해 드러나는 비율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아이들은 잘 안 걸린다"는 속설이 퍼졌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지 않았던 2020년 12월 전까지는 일부 맞는 측면도 있었지만 1,000일간 누적된 데이터를 보면 팩트가 아니었다.
1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 중 40대는 15.26%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30대(14.59%), 20대(14.77%) 순이다. 확진자 가운데 0~9세 비중은 11.06%, 10~19세는 12.78%이다. 그런데 연령별 인구와 확진자 수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지난 9월 말 기준 0~9세 인구는 358만여 명, 10~19세는 470만여 명인데 반해 40대(809만여 명)와 30대(662만여 명)는 인구 자체가 두 배가량 많다.
연령대별 인구 대비 확진율로 비교하면 0~9세는 77.03%다. 0~9세 10명 중 약 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10대 확진율도 67.94%로 40대(46.06%)를 압도한다. 이와 달리 70대의 경우 인구 대비 확진율이 34.14%로 가장 낮다.
80세 이상도 확진율은 34.69%로 낮은 편인데 사망자는 1만6,956명이다. 전체 사망자의 59%가 80세 이상에서 나온 것이다. 연령대를 60세 이상으로 넓히면 고령층이 차지하는 사망자 비중이 94%까지 높아진다. 방역당국이 매주 수차례 진행한 브리핑에서 고령층 마스크 착용과 예방접종을 강조한 근거다.
10대 이하가 코로나19에 가장 많이 감염된 것은 백신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60세 이상은 1·2차 기초접종률이 90% 이상인데 11세 이하는 1.3%, 12~17세는 66.4%로 훨씬 낮다. 정재훈 교수는 "중증화 예방에 목적을 둔 백신이 감염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 2년간 자영업자 등은 유례가 없는 고난을 겪었는데, 폐업자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연간 폐업자는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90만여 명으로 유지되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92만2,159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 89만5,379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88만5,173명으로 더 감소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풀이된다.
폐업을 하느니 재난지원금이라도 받아야 했을 이들의 사정은 결손소득액 통계에서 엿볼 수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결손소득 신고는 2019년 64만9,016건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78만363건으로 늘었다. 1년 새 13만여 사업자가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총결손소득액도 7조8,500억 원에서 10조3,300억 원으로 약 32%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