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인사 구속하고 야당은 해산'…미얀마 군부, 무늬만 '총선' 준비 혈안

입력
2022.10.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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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인사 뇌물혐의로 징역형 선고 
변호사·기자 등 예비후보 '씨 말리기' 
지난 총선 '3위 정당'도 강제 해산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내년 8월로 예정된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갖은 계략을 벌이고 있다. 선거에 입후보할 가능성이 있는 민주진영 정치인을 비롯해 변호사와 기자들까지 줄줄이 감옥으로 보내고, 경쟁이 예상되는 정당 또한 해산시켰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군부의 정권 획득을 형식적으로 보장해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웅산 수치 이어 네피도 전 시장도 징역형

13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만달레이 고등법원의 민트 산 판사는 전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수치 고문이 건설업자 마웅 웨익에게 55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뇌물수수의 유일한 증거가 웨익의 일방적 진술뿐임에도, 군부의 지배를 받고 있는 사법부는 유죄 선고를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로써 수치 고문이 받은 형량은 26년에 달한다. 현재까지 수도 네피도와 만달레이 법원에서 총 13개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졌으며, 혐의마다 15년형 이상이 유력한 재판도 5개 더 남아 있다. 현재 수치 고문은 네피도 교도소에 수감된 채 비공개 재판을 받고 있다.

네피도 법원은 같은 날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했던 묘 아웅 네피도 전 시장과 우예민 우 비서관에게도 수치 고문과 같은 부정부패 혐의로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재까지 군부는 60명이 넘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주요 인사들에게 실형을 선고, 출마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NLD는 쿠데타 이전인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한 전 집권 여당이다.

군부는 총선 후보로 등록할 가능성이 높은 변호사와 기자·연예인들도 줄줄이 잡아들이고 있다. 쿠데타 이후 선동 혐의 등으로 체포된 변호사와 기자는 전날 기준 각각 42명과 57명에 이른다. 반군부 활동을 한 모델 겸 배우 빠잉 다곤 등 연예인 8명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군부 정당 인원을 제외하고 사실상 총선 후보군의 씨를 말리고 있는 셈이다.



경쟁 정당 해산 "미얀마 총선 공정할 가능성 없다"

군부는 아예 경쟁 정당을 해산하기도 했다. 전날 군부는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유니온베스트먼트당(UBP)의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UBP는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한 정당이다. 당시 1위는 NLD, 2위는 군부 계열 연합연대개발당(USDP)이었다. NLD 역시 현재 군부가 장악한 헌법재판소에서 정당해산심판을 받고 있다.

군부는 지난 8월 모든 정당에 '해외 접촉 금지령'도 발동했다. 현재 미얀마 정당 관계자는 해외 기관 및 외국인과 만나야 할 경우 반드시 군부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군부 성향이 짙은 해외 세력과의 접촉을 사전 차단하는 동시에, 민주계열 정당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군부는 자신들의 집권을 방해할 변수를 줄이기 위해 직선제를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앞서 데릭 촐릿 미 국무부 선임고문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얀마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할 가능성은 없다"며 "선거는 그저 국제사회를 속이려는 시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