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 유포를 협박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최종범씨가 구씨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9단독 박민 판사는 최근 구씨 유족이 최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씨는 구씨 유족에게 7,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씨는 2018년 9월 구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8월에는 허락을 받지 않고 구씨를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최씨는 2020년 10월 징역 1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성관계는 사생활 중에서 가장 내밀한 영역으로, 이를 촬영한 영상 유포로 협박하는 건 구씨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주거나 구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씨 유족은 2심 선고 직후 최씨를 상대로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의 협박 등으로 구씨가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됐고, 그로 인해 가족들까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박 판사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면 유명한 여성 연예인인 구씨가 막대한 성적 수치심을 느낄 뿐 아니라, 연예게 활동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악용해 협박을 일삼았다"며 "구씨는 어린 나이에 연예인으로 활동을 시작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던 과거와 비교해 앞으로의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법무법인 에스)는 "법원이 최씨의 폭행·협박이 구씨의 극단적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라며 "다만 배상금 규모가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기엔 부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