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는 방과 후 돌봄 안한다”는 유치원, 자폐아들과 함께 길을 잃다

입력
2022.10.16 07:00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②
충남 천안의 자폐아동 엄마 전민혜씨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충남 천안에서 자폐성 장애인 6세 아들을 키우는 전민혜(가명)씨는 "발달장애인을 키우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깊은 한숨부터 쉬었다.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서였다. 아들이 태어난 지 불과 6년. 전씨는 그동안 복지관 치료실 무한 대기, 활동지원사 갑질, 공립 유치원의 거절, 특수학교 부족 등 숱한 어려움에 부딪혀 왔다. 다음은 전씨와의 일문일답.

-복지관 치료실 대기는 얼마나 걸리나요?

"평균으로 따지면 2년은 될 거예요. 우리 아이는 2019년에 대기 걸었는데 올해 3월부터 겨우 치료를 시작했어요. 언어치료와 특수교육을 받고 있죠."

(관련기사: 복지관 이용 2년, 3년 대기 또 대기…통곡의 좁은 문 ▶클릭이 되지 않으면 다음 주소로 검색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310420004152)

-수요에 비해 복지관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가 보네요.

"천안에는 복지관이 두 군데 있어요. 특수교육대상자라고 한다면 시・도 교육청에 등록된 아이들뿐만 아니라 장애 등록을 아직 하지 않은 발달지연 아이들까지 포함해야겠죠. 그러면 인원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 복지관 두 곳의 치료 선생님을 다 합해봐야 20명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확인 결과 천안 소재 장애인종합복지관 2곳 치료 담당 인력 총 22명) 천안시청에 치료 인력을 늘려 달라는 민원도 여러 번 넣어봤죠.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어요. '복지 예산이 부족하다'. 게다가 대기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 복지관 치료도 최대 2년까지만 받을 수 있거든요. 그 후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유치원 등 교육기관 이용에는 어려움이 없으셨나요?

"우리 아이는 3세가 됐을 때 공립 단설 유치원으로 배치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유치원에서 '특수학급 아이들은 방과 후 돌봄 과정이 없어서 무조건 2시에 하원해야 한다'라고 하더라고요. 2시까지 아이를 데리러 가려면 저 같은 워킹맘은 직장에서 1시에는 나와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직장이 어디 있겠어요. 그 유치원을 갈 수가 없었죠."

-그러면 어디를 가야 하나요.

"당시 천안에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 동남구에 두 개, 서북구에 한 개였어요. 너무 적어서 들어가기가 어려웠죠. 어쩔 수 없이 일반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했어요. 일반 어린이집 원장님한테 '우리 아이는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인데 혹시 입교가 가능하냐'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일단 아이를 데리고 와보라'고 하고 면접을 보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손이 많이 간다는 걸 알게 되면 '엄마가 와서 보조를 해주지 않으면 다닐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요. 퇴소당한 적도 있어요."

-특수학교 인프라는 어떤가요?

"천안에는 인애학교와 늘해랑학교가 전부고, 인근인 아산에도 성심학교뿐이에요. 너무 외진 곳에 있다는 것도 문제죠. 버스로 다녀도 통학 시간만 하루 두 시간 이상이니까요."

(관련기자:특수학교 찾아 빚지고 이사...특수학급 요구엔 "딴 학교 가라"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409060001371)

-돌봄 서비스를 받는 데는 문제없었나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6세부터 가능하니까 지금까지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어요. 최근에야 활동지원 서비스로 넘어가 보니 활동지원사의 갑질이 큰 문제더라고요. 한 달에 100시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받았는데, 막상 연결된 활동지원사분이 '실제 100시간 일을 다 안 하고도 100시간 한 걸로 인정해 달라'고 얘기하셨어요. '이 아이는 중증 장애인이라서 돌봄이 힘드니까 시간을 더 인정해줘야 한다, 그게 여기 문화다'라면서요. 이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연계 기관에 얘기했고 결국 그만두셨어요. 그러고 나니 일부 활동지원사들 사이에서 저에 대해 '중증 장애 아동 키우면서 시간 가지고 깐깐하게 구는 엄마'라고 소문이 나더라고요. 그럼 더 이상 연결이 안 되는 거죠."

-그 이후로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못 받으셨나요?

"어렵사리 다른 활동지원사를 만나긴 했는데, 결국 지금은 원하시는 만큼 시간을 다 드리죠. 어렵게 연결된 이분도 '누워 있는 장애인만 돌봤고 발달장애인은 처음이다' '발달장애인도 얌전한 애는 얌전하다'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또 수요일에는 개인 일정이 있다고 하셔서 하루 2, 3시간씩 주 3회 정도 이용하고 있어요."

-그러면 해봐야 주 최대 9시간, 월 최대 36시간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건데요.

"제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이 활동지원 시간이라도 못 받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선생님이 요구하시는 대로라도 맞춰드릴 수밖에 없어요."

-연계 기관은 활동지원사 갑질이 일어나는 상황을 모르고 있나요?

"기관 담당자도 암암리에 알고는 있는데 개선 의지가 없어 보여요. 이거 엄연한 부정수급이잖아요. 초기에 엄격하게 관리했으면 이렇게까지 갑질이 심해지진 않았을 텐데 안타깝죠. 저처럼 시간 다 주는 건 다른 집에서도 당연한 거고요, 잘 사는 집은 활동지원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차를 빌려주기도 하고 수고비 명목으로 사례금을 쥐어주기도 한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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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