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급매 가격이 곧 일반 가격 된다"... 금리 3% 시대, 집값 전망

입력
2022.10.13 04:30
주택대출금리 1년여 만에 2%P 넘게 급등
"이자 부담 임계점 넘어서…빚내 집 못 사"

12일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가뜩이나 냉각된 부동산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미 주택시장은 여러 악재가 맞물려 극심한 '거래 한파'가 몰아치는 상황인데, 금리까지 빠르게 치솟으면서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매매 이어 전세시장도 동반침체"

금리는 주택시장 경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대부분 20~30년 장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때문에 이자비용(금리)은 매수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주택시장이 '절벽'을 넘어 '빙하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거래 침체가 극심한 것도 금리 영향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기준금리 2% 시대를 연 지 석 달 만에 3% 시대가 열리면서 대출 수요자 입장에선 금리 부담이 거의 임계점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분기(1~3월) 시중은행의 평균 주택대출 금리는 연 2.67% 수준이었다. 지난달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7~4.59%다. 1년 6개월여 만에 평균 금리가 2%포인트 가까이 뛴 것이다. 고정금리의 경우 금리 상단이 7%대를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신규 대출자 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박덕배 금융의창(국민대 겸임교수) 대표는 "집값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이자 부담을 고려하면 섣불리 주택 매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거래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10월 첫째 주 기준·부동산원)는 77.7을 기록해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와 전세를 동시에 내놓은 매물이 계속 나올 만큼 거래 침체가 심각하다"며 "이번 금리 인상으로 전세시장까지 동반 침체가 이어질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집값 저점 아냐…급매가 일반 가격 된다"

최근 통계상으로는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자의 체감 집값은 높다. 거래 자체가 많지 않고 급매 위주로만 드문드문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여전히 평균 집값은 높은 탓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시장에서 현 집값이 저점이 아니라는 인식이 상당하다"며 "곧 급매 가격이 일반 가격으로 굳어지는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매도 호가를 안 낮추며 버틴 집주인이 많아 집값 하락이 미미했는데, 앞으로 급매물이 더 늘면서 자연스레 집값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거라는 설명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최근 가격대를 대폭 낮춘 급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값 상한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기 침체 여파로 분양시장에서도 미분양·미입주가 속출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잿값 인상으로 분양가는 내릴 수 없는데 금리까지 올라 계약률 높이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거래 침체와 맞물려 집값이 급락하는 경착륙 단계에 이르면 경제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연착륙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아직 경착륙 단계는 아니지만 현 주택시장이 과거 장기 침체 패턴과 비슷하다"며 "미분양·미입주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의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