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감서 '답변 거부' 유병호에 "감사원의 한동훈···오만방자"

입력
2022.10.12 12:30
"감사원 실세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왕수석에 문자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대통령에 직보 경우 드물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국정감사장에서 답변을 거부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 "감사원의 한동훈"이라며 "실세니까 그렇게 오만방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사무총장은 전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윈회 감사원 국감에 출석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의 이른바 '문자 논란'에 답변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박 전 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참 웃기더라. (감사원) 사무총장이 답변 거부하겠다고, (답을) 할 필요가 없다고 어떻게 그런 태도가 나오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 내에 실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법사위에서 큰소리 빵빵 치잖나"라며 "감사원의 한동훈이 유 사무총장"이라고 비꼬았다.

'유 사무총장의 답변 거부를 개인적 복수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는 말에는 "그분(유 사무총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하더라도 지금 현재 2계급 승진해서 사무총장이 됐다"며 "이 개인 감정 가지고 국정을, 특히 감사원 업무를 집행한다고 하면 그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왜 그런 분을 사무총장으로 발령 냈을까'라는 질문에 박 전 원장은 "그것은 대통령한테 물어보라"고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유 사무총장과 이 수석 간 '문자 논란'에 대해 "감사원 실세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왕수석한테 그런 문자를 보낸 것은, 그건 대통령한테 보고한 거다"라며 "제가 김대중 정부 5년간 그러한 일을 해봤잖나. 선수 앞에서는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린 다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정업무를 대통령한테 직보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며 "김대중 정부 때부터 독대 보고가 없어졌다. 김영삼 대통령 때 폐해가 많았잖나. 그래서 해당 수석이나 비서실장, 정책실장 또는 외교안보실장이 배석해서 같이 보고를 받고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무총장이 전날 국회 답변에서 대통령실과 소통이 안 돼서 답답하다고 얘기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엔 "그건 쇼"라며 "구체적으로 얘기하니까 답변 거부한다고 그러잖나. 어떻게 국회에서 그러한 오만방자한 일이 나올 수 있나"고 재차 비판했다.


한편 이 수석은 지난 5일 유 사무총장이 보내온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언론보도와 관련해 해명 자료를 낸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유 사무총장은 국회 법사위 감사원 국감에서 '문자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제 문자에 대해 논란거리를 제공해 송구스럽다"며 "방송에 안 나왔지만 전날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연이어 이틀간 논란이 됐기 때문에 '또'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사무총장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이 수석에게 처음으로 보낸 문자인가"라고 질문했고, 유 사무총장은 "이 사안에 관련해선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에 "(답변을) 거부할 수 없다. 법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전에도)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가"라고 재차 물었다.

그럼에도 유 사무총장은 "따로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억도 흐릿하다. 답변드릴 의무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주로 누구와 연락했는가"라고 물었고, 유 사무총장은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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