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화가, 70년 전 약속 신안군이 지켜줬다"... 이중섭 회고록

입력
2022.10.12 11:26
이중섭·김환기 화가 깊은 우정 스토리




대한민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이중섭 작가와 김환기 화가의 깊은 우정이 담긴 약속을 전남 신안군이 지켜 줘 화제다.

12일 신안군에 따르면 군은 병풍도의 작은 섬 대기점도 남촌분교를 리모델링해 '갤러리 노두'라는 전시관을 열고, 지난 1일부터 이중섭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중섭 작가는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신안 출신 김환기 화가와 생각이 잘 맞아 호형호제할 만큼 깊은 우정을 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피난 시절, 제주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서로의 고향 마을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그림 전시회를 하자고 약속했다. 각기 다른 두 사람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1956년 이 화백이 먼저 눈을 감고 1974년 김 화백도 숨졌다.

이러한 사연을 전해 들은 박우량 신안군수는 뒤늦게라도 두 화가의 약속을 지켜주고 싶었다. 박 군수는 폐교가 된 병풍도의 남촌분교를 리모델링해 '갤러리 노두'라는 전시관을 조성했다.

현재 이 전시관에서는 금속공예가 장창섭(66) 갤러리 노두 관장이 이중섭 화가의 작품(영인본) 140여 점과 공방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장 관장은 "이 곳에 오는 여행객이나 주민들은 쉽게 보지 못했던 천재화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명 순례자의 섬, 섬티아고로 불리며 명성을 크게 얻고 있는 병풍도는 32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5만4,000여 명의 여행자가 방문했다. 또 하나의 작은 섬인 기점소악도는 2017년 전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돼 섬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을 스토리텔링해 섬 곳곳에 설치미술 작품으로 작은예배당을 만날 수 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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