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북 포항의 모텔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60, 70대 여성 투숙객 3명이 모두 숨졌다. 사망자 1명의 혈액에서 치사량 이상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돼, 경찰이 가스 중독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11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포항 대도동 모텔에서 숨진 투숙객 A(70)씨를 부검한 결과, 혈액에서 치사량 이상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A씨 등이 머물렀던 객실에서도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A씨 일행은 9일 오후 12시 16분쯤 대도동 모텔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일 A씨가 숨진 데 이어 B씨와 C씨도 전날과 이날 잇따라 숨을 거뒀다.
경찰조사 결과 강원 강릉과 정선에 거주하고 있는 A씨 일행은 지난 8일 차를 타고 포항에 사는 지인을 만난 뒤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튿날 퇴실 시간이 지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자, 이를 수상히 여긴 모텔 직원이 강제로 문을 열어 A씨 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 침입 등 타살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A씨 일행이 투숙한 모텔 객실에는 가스누출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보일러 배기통은 오래돼 휘거나 쳐지면 빗물 등이 고여 배기가 원활하지 않아 불완전연소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실외로 배출되지 않은 일산화탄소에 A씨 일행이 중독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모텔의 가스보일러에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모텔 업주 등을 상대로 시설물 관리 상태 등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