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화문광장으로?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놓고 기싸움

입력
2022.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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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자로 허가 기간 만료 세월호 기억공간
9월 30일까지 연장 이후에도 존치 놓고 갈등 지속
유족 단체는 '광화문 재입성' 요구로 대응
시의회·서울시 모두 대책 마련에 '물음표'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난 '세월호 기억공간'(이하 기억공간) 철거 문제를 두고 세월호 참사 유족 단체와 서울시, 서울시의회가 3개월 째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부지 관리∙처분권을 가진 시의회 사무처가 '원상복구'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유족 단체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존치 입장이 강해 행정절차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유족 단체는 오히려 기억공간의 광화문광장 재입성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12일부터 진행하기로 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기억공간 자진철거 기한 넘겨도...시의회 '신중모드'

11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 사무처는 기억공간에 대한 대집행(강제 정비) 및 변상금 부과 시점을 검토 중이다. 당초 7월 20일에서 지난달 30일까지로 자진철거 기한을 연장했지만, 기억공간 운영 주체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및 4.16연대 측이 응하지 않자 대응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지난달 추석 연휴 이후 예고했던 전기 공급 차단은 일단은 보류했다.

2019년 3월부터 광화문광장에 자리잡았던 기억공간은 광장이 재구조화 공사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11월 시의회 건물 앞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시의회 사무처는 지난 6월 30일까지였던 시의회 부지 사용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유족 단체 신청을 반려했다. 시의회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돼있고, 임시 가건물인 기억공간에 대한 민원이 적지 않다는 게 시의회의 반려 명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다수였던 제10대 시의회가 의결한 '허가 연장안'도 '정치적 의사표시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강제 행정절차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기억공간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할 때 자칫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으로 관측된다.실제 기억공간 존치에 부정적인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석을 차지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사무처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기억공간 대안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고 있는 이병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사무처가 다수당이 바뀐 상황을 의식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안책 마련에는 시의회·시 모두 난색

대책 논의도 제자리 걸음이다. 사무처는 시의 광장 조성사업으로 촉발된 갈등인 만큼 해결책 역시 시가 제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난색을 표하기는 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월호는 국가적 재난이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아닌 서울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광화문광장 미디어월에 세월호 관련 영상을 송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족 단체가 거절하고 영상 송출 기준도 문화예술 콘텐츠로 한정되면서 철회됐다.

유족 단체는 사무처 및 시와 면담을 지속하는 한편 광화문광장 재입성 및 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사수를 위한 행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4.16연대 관계자는 "광장 공사 이후 어떤 모습으로 기억공간을 남길지 서울시와 협의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오는 12일부터 매달 두번째 수요일 30명 이상의 1인 시위자가 광화문광장에서부터 서울시 의회까지 줄 지어 서는 집중 피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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