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일 국방', '한반도 욱일기' 발언을 '친일 몰이'로 규정하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롯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만큼, 자칫 반일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민주당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마친 뒤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생길 수 있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집권할 때 욱일기를 단 함정들을 항구에 정박까지 시켰는데, 이제 와서 저런 얘기를 한다"며 "현실 인식에 문제가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노무현 정부 때 욱일기를 건 일본 자위대 전투함이 인천항에 입항했던 점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을 합의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위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죽창을 들고 친일 몰이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권 주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현 의원은 이 대표의 욱일기 발언을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2차 자해행위"로 규정하고 "가짜 평화쇼를 벌이며 국민생명과 국가안보를 정치 장사의 제물로 삼은 민주당과 이 대표는 대역죄인"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선동질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맹렬히 공세에 나선 건 민주당이 제기한 '친일 프레임'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반일정서가 확산될 경우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적인 윤 대통령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론이 쪼개져 국정운영 부담도 커지기 마련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이날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좌시할 수 없는 국방참사이고 안보 자해행위"라며 일본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재차 물고 늘어졌다.
여야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고 올렸다. 이 대표가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를 주장하자 이에 맞선 논리를 편 것이지만, 일본의 국권 강제 침탈을 옹호하는 뉘앙스로 읽히면서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선 침략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 식민사관을 드러냈다"고 맹공을 폈고,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주장"이라고 규탄했다. 당내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며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수세에 몰린 정 위원장은 "전쟁 한번 못 하고, 힘도 못 써 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본군이 동학 농민 혁명군 10만여 명을 학살한 곳이 바로 내 고향 공주 우금치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한 학살과 침탈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 나"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