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핵위협에도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의 여론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거듭된 위협에도 불구, 미국 시민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지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개전 초기인 4월과 비교하면 지지 강도는 다소 약화되고 있다.
11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3명꼴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푸틴 대통령의 핵사용 위협으로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와 핵전쟁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하면서도, 3명 중 2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제공이 계속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입소스가 미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지난 4, 5일(현지시간) 실시했다.
입소스 조사에서 미국 시민들은 확전 위험에도 불구,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해서는 양면적 입장이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58%가량이 '푸틴 대통령의 위협으로 미국과 러시아와의 핵전쟁 가능성을 걱정하게 됐다'고 응답했지만, 그보다 더 높은 73%가량의 비율로 '러시아가 핵을 사용하면, 미국이 신속하고 강력하게(swift and strong)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핵위협에 강하게 맞설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 맞물려, 러시아가 실제로 핵사용에 나서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미국 정부도 여론 지원을 배경으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미국 여론이 전반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강력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그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명 중 2명(62%)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비율은 개전 초(39%)보다 5%포인트 감소한 34%에 머물렀다. 또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비율도 개전 초에는 71%에 달했으나, 이번에는 66%로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를 공급할 경우 확전이 우려된다는 비율도 65%에 달했다.
한편 미 여론의 이 같은 초당파적 지지로 11월 중간선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심 이슈로 부각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개전 초와 지난 4월 조사를 비교할 경우 일부 하락하기는 했으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공약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다음 달 중간선거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지지하는 후보자를 뽑겠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지 후보자를 뽑겠다는 응답은 각각 69%와 72%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