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강훈이 이번에도 여운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매 작품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과 함께 늘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목표로 '열일' 중이다.
강훈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엔피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본지와 만나 tvN '작은 아씨들'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호평 속에 종영한 '작은 아씨들'에서 강훈은 종호로 분했다. 극중 인경(남지현)과 인주(김고은) 도일(위하준) 등 색채 강한 인물들 속에서 강훈은 차분한 말투와 잔잔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인경을 향한 순애보를 드러내며 극의 로맨스를 도맡았다.
앞서 강훈은 전작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이번 작품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연이은 성공 속 인기를 실감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훈은 "아직"이라고 웃으면서 "(팬들에게)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드리고 싶다. 여건이 안 될 때 죄송하다. 제가 굉장히 어렸을 때 전원주 여운계 선생님과 악수를 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난다"고 답했다.
'작은 아씨들'에서 종호의 역할은 단순히 인경을 서포트하는 것 이상이다. 어둡고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 속에서 시청자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장면을 만들었다. 악역과 대립하고 사건을 쫓는 자매들의 사투 속에서 종호와 인경의 조곤조곤한 대화들은 분위기를 환기하고 다음 장면을 더욱 임팩트 있게 만든다. 강훈 역시 대본을 읽으면서 종호가 나오는 부분에서 시원함을 느꼈단다.
인경을 향한 순애보를 극 초반부터 끝까지 드러내는 종호를 소화하기 위해 강훈은 감정을 덜고 담백하게 연기했다. 자칫 보는 이들이 종호의 마음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소꿉친구이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꿋꿋하게 드러내는 순수하고 애절한 마음이 강훈의 고민 덕분에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됐다.
극중 종호는 "넌 태풍을 이기는 사람이야", "평화만 주라" 등 평소 잘 쓰지 않는 문학적 대사들을 자주 쓰곤 한다. 이러한 문장을 두고 강훈은 최대한 인물의 마음에 이입해 뱉었고 시청자들에게도 여운을 남겼다.
실제로 자신의 연기에 자책을 많이 한다는 의외의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강훈은 스스로를 계속 돌아보면서 주변의 조언을 참고하는 편이다. 여기에는 가장 많이 호흡했던 남지현의 도움도 컸다. "남지현은 현장에서 늘 절 편안하게 해줬어요. 항상 촬영장에서 밝은 얼굴로 반겨줬죠. 인경이 종호에게 느끼는 감정을 느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워낙 반전이 많은 이야기였던 터라 종호가 최종 빌런이 아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추측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훈은 "지인들에게 종호가 정란회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종호는 극중 인물들과 다른 목표를 갖고 있었다. 전작의 서늘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걸까. (팬들의 추측이) 오히려 흥미진진한 상황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강훈의 전작인 '옷소매 붉은 끝동' 최종회 시청률은 17.4%를 돌파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강훈은 자신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지만 그만큼의 부담감이 존재할 터다. 이를 두고 강훈은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의 작품이다 보니까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사극, 현대극에서 넘어왔을 때의 걱정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드라마가 사랑을 받고 종호도 사랑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옷소매 붉은 끝동'의 광로와 '작은 아씨들'의 종호는 확연하게 다른 인물이다. 두 인물의 차이를 부각시키지 않고 그저 자신에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 "부담보다는 순간을 즐기려고 해요. 작품이 사랑을 받으면 좋죠. 그저 또 다른 나를 보여주고픈 마음뿐이에요."
강훈은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임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강훈이라는 연기자를 알게 됐기 때문일까. 신인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사실 강훈은 14년차 경력의 배우다. 긴 무명의 기간은 지금의 강훈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버틸 수 있는 힘을 천천히, 또 견고하게 기르면서 내공을 켜켜이 쌓았다. 당시를 떠올린 강훈은 "힘들었다기보단 제가 저를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연기를 시작했을 때 서사가 있는 인물을 맡으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시간들을 꿈꿨다. 지금은 너무나 좋은 기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