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을 지휘하는 새로운 총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56). '민간인 학살'로 악명이 높았던 그는 총사령관 임명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피로 물들이며 자신을 향한 우려의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민간인 희생을 가리지 않는 극악무도한 군사 작전 탓에 그는 '인류 최후의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이라는 뜻의 '아마겟돈 장군'이라고도 불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가 보복을 예고한 만큼, 그의 잔혹한 군사 작전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10일(현지시간) 수로비킨에 대한 지명 수배령을 내렸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 12개 도시에 걸쳐 84발의 미사일을 쏜 러시아 작전의 책임자로 수로비킨 총사령관을 지목한 것이다. 이번 공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피의 보복' 경고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기도 하다. 임명 이틀 만에 크렘린궁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데다가, 우크라이나와 서방 세계에 자신의 잔혹함을 여과 없이 드러낸 셈이다.
수로비킨의 잔혹함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17년 시리아 내전 때 러시아군을 이끌며 그는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해 민간인을 죽였다. 빗발치는 국제사회 비난에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1990년 초 임관 이후 폭행, 살해, 부패 등으로 꾸준히 구설에 올랐지만 승승장구할 수 있던 비결로, 이런 무자비한 성정을 꼽는 목소리가 많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은 "어떤 명령도 강력하게 실행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수로비킨이 구사할 향후 전략에 대한 추측은 분분하다. 일단 우크라이나 전역에 퍼부은 미사일은, 그간 남동쪽에 집중했던 전력을 러시아가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거나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을 낳는다. 다만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장악한 남동부를 확실히 지키는 전략이라는 점에 보다 무게가 실려 있다. 우크라이나 주의를 분산한 뒤 이 지역에서 밀리고 있는 전황을 뒤집으려고 전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수로비킨은 직전 남부군사령관으로서 전선이 비교적 쉽게 뚫렸던 동부와 다르게 남쪽에서는 우크라이나군과 팽팽한 대치를 이어왔다.
다만 그의 전략이 어떻든, 향후 작전 지시는 더 잔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로비킨과 과거 일했던 익명의 전직 러시아 국방부 관리는 "그는 인간 생명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의 손이 우크라이나 피로 뒤덮일까 두렵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글렙 이리소프 전 러시아 공군 중위는 "그는 각 육군 지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매우 잔인하지만 유능한 지휘관"이라고 했다.
푸틴이 수로비킨을 총사령관에 임명한 것은 러시아군 열세에 쏟아진 강경파의 비난과 내부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간인 희생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군사작전으로, 핵무기 사용 등 총력전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불만을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푸틴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초강경 매파'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은 수로비킨의 공습에 "100% 만족한다"고 환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