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관계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무원을 선처해달라고 인사혁신처에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직사회의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인 셈이다. 공정위는 기업의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부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공정위는 김영란법 18조(금품 등의 수수 금지) 및 국가공무원법 61조(청렴의 의무)를 위반한 간부 A씨에 대해 '경징계 의결'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A씨는 기업 관계자로부터 '골프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0월부터 2020년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골프 모임에 참석했는데 총 113만 원 상당의 골프 비용을 기업 관계자가 대신 부담했다. A씨는 해당 기업과의 직무 관련성을 부인했으나, 공정위는 A씨가 과거 직접 또는 소속 과가 처리한 관련 사건 및 향후 전보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A씨의 중징계 처벌이 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업 관계자의 제안에 따라 골프 모임에 참석했고 △A씨가 기업 관계자와 직접 관련된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으며 △A씨가 그간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고 △골프 접대 관련 수수금액 전부를 돌려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공정위는 "A씨의 행위가 중징계에 해당한다"면서도, 이 같은 사유를 고려해 "경징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A씨는 결국 인사혁신처로부터 중징계인 '강등' 처분을 받았다.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르면, 위법·부당한 처분과 직접적 관계없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100만 원 이상 받은 경우, 최하 강등부터 최대 파면까지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기업과 유착한 공정위 간부들의 비위는 A씨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2년간 김영란법 위반으로 공정위 간부 3명이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등 처벌된 B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171만 원 상당의 골프 등 접대를 기업 관계자로부터 받았다. 또 다른 C씨는 올해 5월 기업 관계자가 식당에 맡겨 둔 20만8,000원 상당의 발렌타인 양주를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과 마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내부규정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직무 관련자와 공무원 간 사적인 접촉을 제한하면서, 만일 접촉한 경우에는 즉시 보고하도록 행동강령을 마련해놓았다. 하지만 공정위 간부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일탈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조성해야 할 공정위 직원들이 이해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는 것은 국민 신뢰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며 "공직기강을 확립해 공정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