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주요 도시를 공습하자 미국은 분노를 쏟아냈다. 첨단 방공체계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 계획도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계하며 지원 수위는 조절하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습 피해가 알려진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미스터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시작한 불법전쟁의 잔인함을 다시 보여준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동맹, 파트너와 함께 계속해서 러시아가 침략 비용을 치르게 하고, 잔혹행위와 전쟁범죄에 책임지게 하겠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조국과 자유를 지키는 데 필요한 지원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첨단 방공체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하고 국민을 돌볼 수 있도록 미국이 계속해서 중요한 경제·인도주의·안보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도 1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긴급 화상회담을 갖고 대책과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날 약 80여 발의 지대지·공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11개 주요 도시에 발사했고 최소 14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공습한 것은 70여 일 만이다. 우크라이나군 비밀작전으로 추정되는 크림대교 폭발·붕괴사고 보복 차원으로 해석됐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한 대공 방어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더 빨리 이행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방공 무기인 첨단지대공미사일체계(NASAMS) 2대를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었으나 그 시기를 몇 주 앞당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4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 6억2,500만 달러(약 9,000억 원) 상당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은 지원 목록에서 뺀 바 있다.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에이태킴스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의 핵무기 보복 공격 등 확전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방어용' 무기는 지원하나 '러시아 공격용' 무기 제공은 꺼리는 미국의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